[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가 금융감독원장 내정자로 임명·제청되면서 금융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정권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결해야 할 굵직한 과제가 많아 금감원장으로서 정 내정자의 운신의 폭이 좁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5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의결을 거쳐 신임 금융감독원 원장으로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를 임명·제청했다고 밝혔다.
정 내정자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금융·경제정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금감원의 새로운 도약과 신뢰 제고를 견인해나갈 적임자로 평가돼 신임 금감원장으로 제청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사진=금융위원회] |
하지만 이번 정권의 임기가 오는 2022년 5월쯤 끝나는 만큼 정 내정자가 금감원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이끌어나가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목소리가 많다. 통상 정권이 바뀌면 금융당국 등 기관 수장들이 교체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장의 경우 역대 13명 중 윤석헌 전 금감원장을 포함해 단 3명만이 임기를 채웠다. 금감원장 임기는 3년이지만, 역대 금감원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약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당장 처리해야 할 숙제들도 산 넘어 산이다. 현재 금감원은 디스커버리, 라임, 옵티머스 등 굵직한 사모펀드 사건들이 진행 중에 있다. 이 가운데 옵티머스 사태의 경우 감사원 감사 결과로 금감원이 체면을 구기는 등 코너에 몰린 상태다. 당시 감사원은 금감원이 사모펀드 제도 운영부터 검사·감독까지 전반적으로 감독이 부실했고 사모펀드 운용에 대한 검사·감독 부문에서는 태만했다며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디스커버리 사태 역시 아직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데다 최근 경찰이 금감원을 압수수색하면서 상황 수습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경찰의 최근 움직임에 비춰 금감원이 이 사건의 용의선상에 함께 올라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특히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사이에 두고 금감원과 금융사 간 법적 공방도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불러일으킨 DLF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부실 등의 책임을 물어 금융사 CEO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금융사들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근거로 경영진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맞서며 DLF 관련 문책경고 등 취소청구 소송을 냈다.
더욱이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비롯해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어서 정 내정자가 살림을 꾸려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짙다. 금융위의 기대처럼 정 내정자가 금감원의 새로운 도약을 마련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권 임기가 막바지로 갈수록 금융 관련 기관 수장들의 조직 장악력이나 국정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금융위와 금감원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대형 사건들이 계속해서 터졌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 내정자가 안게 될 부담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 의결,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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