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지난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북한 안광일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 겸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북한 역시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ARF 외교장관회의는 지난 6일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화상으로 진행됐다.
9일 외교부에 따르면 리선권 외무상 대신 ARF 외교장관회의에 북한 수석대표로 참석한 안 대사는 '(북한은) 적대세력의 압박 속에서도 자립적인 국가 개발 및 국가 안보 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ARF는 북한이 참가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 안보 협의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6일 화상으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 대표인 안광일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 겸 주인도네시아 북한대사(화면 가운데)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1.8.7 [사진=외교부] |
안 대사는 화상으로 진행된 ARF 회의에서 약 10분간의 발언 중 4분 정도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할애했다.
안 대사는 델타 등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고 '일부 국가에서 성급한 방역 완화로 인해 코로나19가 급속히 재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다. 순간의 부주의로 다수의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북한은 초기부터 코로나19의 위험을 인식하고 철저한 방역조치를 통해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속에서도 자력갱생과 자력자강이란 기치하에 경제 활성화와 인민의 생활 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갈등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당사자 간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되길 희망한다'며 '앞으로도 아세안 및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사는 북한을 향해 대화를 촉구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말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복구된 남북 통신연락선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안 대사의 발언에는 명시적으로 없었지만 북한이 참여하는 ARF 의장 성명을 포함해서 이번 아세안 의장성명 4개 모두에 남북 통신연락선 재개에 대한 환영 메시지가 반영됐다는 차원에서는 북한도 간접적으로나마 참가했다고 볼 수 있을 거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중국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번 회의에서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한미 연합훈련은 현 상황하에서 건설적이지 않다"며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과의 대화 복원을 희망한다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취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해 내정간섭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왕이 부장의 연합훈련 발언에 대한 입장에 대해 "대부분 국제사회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의 성격이 연례적이고 방어적이기 때문에 북한을 포함한 어떤 특정국에 위협되지 않는 연습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중국이 ARF에서 내용을 언급한 것이 이례적인 반응이라고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배경이나 의도에 대해서는 분석 중"이라고 부연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회의에서 북한 대표의 참석을 환영한다며 최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긍정적 진전이라고 평가하고, 남북이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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