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최근 몇년 새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탈북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엄격한 난민 심사기준 등이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최근 갱신한 난민 입국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미국에서 난민 자격으로 입국한 탈북자는 단 한 명도 없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북한 인공기와 철조망 [사진=로이터 뉴스핌] |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마지막으로 탈북자가 미국에 입국한 후 약 17개월째 미국에 정착한 탈북 난민은 없는 상황이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미국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2015년 이후 매년 10명대를 유지했지만, 2018년에는 5명, 2019년과 2020년은 각각 1명과 2명을 기록하며 급감했다.
난민 지위를 취득해 해외에 정착하는 탈북자 수는 미국 이외 국가들에서도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가 최근 갱신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한 탈북자는 10명 미만이다.
앞서 지난해 유럽연합 국가들에 난민지위를 신청한 탈북자는 총 3~7명 사이이며,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8~12명 사이에 불과하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약 80명과 65명의 탈북자가 현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에 난민지위를 신청했지만, 2017년 40여 명을 기록하며 감소한 후 급격히 감소 추세를 보였다.
다만 2018년에 약 15명, 2019년에 약 5명의 탈북자가 난민지위를 신청한 영국은 2020년 이후 탈북 난민 신청자 수를 유로스타트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도 지난달 올해 2분기(4~6월)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가 남성1명과 여성 1명 단 2명으로, 분기별 탈북자 규모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최소 인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탈북자 수가 급감한 원인으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이 국경을 닫고 중국에서 동남아 등으로 이동하기도 어려워지면서 탈북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 내 탈북자 지원과 구출 활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 '크로싱 보더스'의 댄 정(Dan Chung) 대표도 최근 RFA에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동과 연락 등이 제한되면서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 수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해외 정부의 엄격한 난민 심사기준이 탈북자들의 난민 신청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독일 인권단체 '사람'의 니콜라이 슈프리켈스 대표는 최근 RFA에 독일 내 탈북자들은 독일에 체류하기 위해 북한 출신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와 한국 시민권 보유 여부 등을 당국에 심사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련 서류가 없는 탈북자는 재판을 통해 신분을 증명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슈프리켈스 대표도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자의 재판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슈프리켈스 대표는 "독일은 탈북자가 독일에 체류할 수 있도록 즉시 수용하지만 탈북자들은 그들이 북한 출신임을 증명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재판 중인 탈북자 가족은) 관련 서류 등이 없다. 현재 법원은 이들이 한국에서 체류 경험 없이 독일에 왔을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한국으로 돌려보내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재판이 향후 독일에 거주할 다른 탈북자 난민 보호를 위한 초석이 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