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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과열에 서울 당첨 커트라인 65점대...2030세대 '패닉바잉' 불러

기사등록 : 2021-08-15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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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수도권은 공급 없어 당첨가점 고공행진
수도권 인기단지 '현금부자'‧고가점자들만 위한 리그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직장인 한원식 씨(37)는 6년간 차곡차곡 모아둔 청약저축 통장 해지를 고민하고 있다. 한씨는 2015년 청약저축에 가입해 남편과 본인 통장에 각각 매달 20만원씩을 넣고 있다. 부부 모두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을 갖췄지만, 당첨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사실 한씨 부부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수십번 청약에 나섰지만 매번 떨어졌다. 서울에서 분양하는 단지들의 당첨 가점은 70~75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한씨는 "아직 아이가 없어 가점이 낮다"며 "청약 당첨 가능성이 희박해 목돈을 청약통장에 묶어두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모아 서울 외곽에 구축 아파트를 사는 게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최근 수도권 '로또 청약' 광풍으로 가점 만점자가 속출하고 당첨 커트라인이 더 높아지면서 청약 가점이 낮은 20·30대 실수요자의 회의감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주요 단지에서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에 만점자도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고분양가 관리지역 아파트의 분양가 심사기준이 인근 시세의 최대 90%까지로 바뀌고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최대 5년간의 거주의무기간을 부여하는 이른바 '전월세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사실상 현금부자만 청약이 가능해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를 끊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08.13 ymh7536@newspim.com

◆ "내집 마련 어렵다" 줄어드는 청약통장 가입자

1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청약통장 가입자 수 증가세가 3개월 연속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저축, 청약예금·부금) 가입자 수는 2797만 406명으로 집계됐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증가폭은 4월(11만2236명)에 이어 5월(8만7594명), 6월(7만6371명) 3개월 연속 줄었다.

청약당첨을 위한 경쟁은 여전히 치열한 상황에서 분양가까지 오르자 청약을 포기하는 '청포족'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일반분양한 래미안 원베일리에 당첨된 사람들의 평균 가점은 72.9점이었다. 6가구만 모집한 74m²B 주택형에서는 만점(84점)짜리 청약통장도 나왔다. 원베일리는 1순위 청약에서 3만6116명이 몰려 평균 161.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에 이어 경기도 청약에서도 만점 통장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전국구 로또 청약이라 불린 세종시 '세종자이 더 시티' 청약에서 만점(84점)짜리 청약통장이 나왔다. 84점을 받으려면 가장을 포함한 식구가 7인 이상이어야 하고, 무주택 기간과 청약 통장 가입 기간이 모두 15년 이상이어야 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2021.04.27 mironj19@newspim.com

◆ 숨어 있던 만점 통장 속속 등장

해당 단지의 평균 당첨 가점은 58점이었다. 만점은 전용 84㎡ 기타지역에서 나왔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에서 올해 첫 만점 통장이 나온 데 이어 두 번째다. 청약가점 만점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을 더해야 나온다.

이 면적은 총 2가구를 뽑는데 해당 지역에서 186명이, 기타지역에서는 2289명이 몰렸다. 해당지역 당첨자 가점은 69점이다. 세종에서는 4인 가구가 무주택 기간과 청약 통장 가입 기간을 최대로 내면 이 면적대에 당첨됐지만, 기타지역에서 만점짜리 통장을 던져야 당첨된 것이다.

무순위 청약에도 수십만명이 몰렸다. 15억 상당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며 '로또 청약'으로 불렸던 '디에이치 자이 개포' 무순위 청약에 약 25만 명이 몰리며 역대급 경쟁률이 나왔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 무순위 청약 결과 단 1가구를 모집하는 전용면적 84㎡ 주택은 무려 12만 400명이 신청했다. 경쟁률이 12만 400대 1이다. 4가구를 모집한 전용면적 118㎡ 주택에도 12만8583명이 몰리며 3만2145.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서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24.7대 1이었다.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최저 평균 가점 역시 지난해 하반기 60.6점에서 올해 상반기 60.9점으로 올랐다. 청약 가점 60점은 부양가족 두 명 기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각각 최소 14년 이상이어야 도달할 수 있다. 사실상 20·30대는 청약 당첨이 거의 불가능하다. 40대도 극소수만 해당된다.

전국구 청약이 가능했던 만큼 기타지역에서 가점이 높았다. 기타지역에서 청약이 가능했던 30곳 가운데 19곳이 최저 당첨 가점이 69점을 넘었다.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대 가점이 69점임을 고려하면 세종 외 지역에서 도전한 예비 청약자들은 최소 4인 가족은 돼야 주택형 절반 이상에서 당첨될 수 있었던 셈이다.

◆ 3기 신도시 사전청약 경쟁률 21.7대 1

높은 분양가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로 시중은행 대출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현금부자'들만 위한 리그로 불리고 있다.

공급물량 역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 아파트 분양은 5618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9673가구에 비해 41.9% 급감했다. 최근 5년 상반기 평균과 비교해도 57.7% 줄었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분양가 상한제가 서울, 수도권 민간택지로도 확대되면서 분양 물량이 감소한 것도 최근 청약 시장 과열의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분양 물량이 워낙 적다 보니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된 3기 신도시 1차 사전청약에도 4333가구 모집에 9만3000명(평균 경쟁률 21.7대 1)이 몰렸다. 인천계양 전용 84㎡의 경우 28가구 모집에 1만여 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381대 1에 달했다.

내 집 마련을 기다린 무주택자들은 초조하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가장 양모 씨는 "무주택 간이 10년에 아이 둘을 키우고 있지만 청약가점은 50대 점에서 머물러 있다"며 "서울에 청약을 넣는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정부가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나 신혼희망타운 등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혀주는 정책을 쓰면서 무주택 중년층의 청약 기회는 더 줄고 있다. 청약에서 소외된 이들이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중저가 아파트 매수로 선회하면서 이들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세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의 아파트 공급이 실타래처럼 꼬여 뭐부터 풀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며 "청약 희망 고문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ymh753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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