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르노삼성자동차의 2대 주주인 삼성카드가 르노삼성차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삼성 브랜드와의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삼성' 브랜드 사용 계약이 지난해 종료된 데 이어, 지분 관계마저 정리되면 국내 시장에서 르노차 경쟁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내년 8월 삼성 브랜드 사용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르노 독자 브랜드로 갈지, 새로운 사명을 정할지 고심하고 있다. 삼성과의 브랜드 사용 유예 기간이 2년인 만큼, 향후 1년 내 사명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지난 2000년 자회사인 르노BV가 삼성카드와 합작투자 형태로 삼성자동차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차는 삼성전자·삼성물산과 10년 단위로 삼성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했고, 두 차례에 걸친 계약을 통해 지난해 8월까지 계약 관계를 유지했다.
르노삼성차의 지분은 르노 BV가 80.04%, 삼성카드가 19.9%를 보유해왔다. 르노삼성차는 영업이익 발생 시 매출의 0.8%를 상표권 사용료로 삼성카드에 지급해왔으나, 지난해에는 790억원의 적자로 지급조차 못하게 됐다. 올해 역시 르노삼성차는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 전까지 르노삼성차는 삼성카드에 연간 400억~500억 수준의 상표권 사용료를 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삼성카드가 지분을 정리하는 것에 대해 우리 입장에서 코멘트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도 "상표권 사용 계약은 이미 지난해 종료됐고, 브랜드와 사명 등을 계속 검토해 내년에 어떻게 할지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르노삼성차의 '태풍의 눈' 엠블럼은 삼성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도미닉 시뇨라(Dominique Signora) [사진=르노삼성] 2021.03.12 peoplekim@newspim.com |
주목할 점은 르노삼성차가 사명에서 삼성을 떼고도 국내 자동차 시장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르노삼성차 내부에서는 르노가 삼성차를 인수한지 20년이 지난데다, 르노의 차를 수입·판매해온 만큼 사명에서 삼성이 절대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
현재 르노삼성차는 SM6를 비롯해 QM6, XM3, 전기차 트위지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수출한다. 또 르노의 전기차 조에와 함께 캡처, 마스터 를 유럽에서 수입해 판매 중이다. 즉 내수용에는 '태풍의 눈' 엠블럼을 단 자동차를 그대로 생산하는 것과 동시에 르노 차를 수입하는 형태는 앞으로도 달라질 게 없다는 얘기다. 르노 모델에는 마름모 모양의 로장주 엠블럼이 붙는다.
다만 수입차로서 르노의 입지는 르노삼성차의 최대 과제로 보인다. 올들어 7월까지 르노삼성차의 내수 판매량은 3만3798대다. 이 가운데 르노 모델 비중은 1973대(5.83%)로, 이 마저도 감소세를 타고 있다. 때문에 르노 브랜드만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불안정한 노사 관계도 르노삼성차의 생존을 고질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의 파트너십을 매우 중시해온 도미닉 시뇨라(Dominique Signora) 르노삼성차 사장은 수년 전부터 르노 차를 수입하며 르노 '색깔'을 르노삼성차에 입히고 있다"며 "한국 시장은 시뇨라 사장이 르노 경쟁력을 본격적으로 키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지엠(GM)의 경우도 쉐보레 차종에 대해 내수·수출·수입을 동시에 하고 있는데,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의 모호한 브랜드 정체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왼쪽 태풍의눈 엠블럼, 오른쪽 르노 엠블럼 [사진=뉴스핌DB] 2021.08.19 peoplekim@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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