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공인중개사가 공매 대상 부동산을 알선하는 경우에도 보수 제한 규정이 적용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토지 매수인 A씨가 공인중개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승소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B씨를 상대로 1억7300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공매물건으로 나온 토지를 낙찰 받게 해준다며 입찰 참여 승인금 명목으로 3100여만원을 요구하고, 캠코 직원과 잔금 대출을 위한 은행 대출 담당자에게 줄 로비금 4000만원을 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해당 토지에 공유지분자들이 존재해 대출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설명하지 않아 결국 입찰보증금 1억여만원을 손해봤다는 주장도 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A씨는 B씨가 공인중개사법의 중개수수료 제한을 초과한 수수료를 지급받았다는 추가 주장을 하면서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A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 A씨의 추가 주장에 대해서도 "공인중개사법에서 정한 '중개'란 '거래당사자간의 매매·교환·임대차 그 밖의 권리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을 뜻한다"며 "피고가 원고를 위해 한 것은 공매대상인 부동산에 관한 권리분석 및 취득 알선을 한 것이므로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보수 제한 규정은 일반 부동산 뿐 아니라 공매 대상 부동산 취득 알선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본 것이다.
대법은 "공매는 목적물의 강제환가라는 특징이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매매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목적물만 차이가 있을 뿐 공인중개사법에서 정한 매매 알선과 차이가 없다"며 "공인중개사법 제32조 제1항은 중개보수 청구 대상을 '중개'가 아닌 '중개업무'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인중개사법 제14조는 개업공인중개사가 공매대상 부동산에 대한 권리분석, 취득의 알선 및 매수신청대리 등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그에 관한 요건 등을 대법원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해당 규칙에는 취득 알선에 대한 보수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만일 공매 부동산 취득 알선에는 보수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취득 알선에서 나아가 매수신청대리까지 한 경우에는 보수 제한을 받는 것에 비해 알선에 그치는 경우에는 제한없이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원고와 피고 사이 약정 내용과 실제로 원고가 지급한 보수액, 대상 토지에 관한 공매 절차가 완료됐는지 여부 등을 심리한 다음 중개보수 한도를 기준으로 원고가 지급한 중개보수가 이를 초과했는지 여부를 심리·판단했어야 하는데 공매 대상 부동산 취득 알선은 보수제한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 청구를 배척했다"며 "이는 공인중개법상 중개업무의 의미, 보수 제한 규정의 적용범위, 공매의 법적 성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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