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HMM 해상노조가 쟁의권을 획득하면서 유례 없는 국적선사 파업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측은 파업을 막기 위해 전향적인 조정안을 냈다며 노조를 설득한 반면 노조는 선원 확보를 위해 임금 인상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파업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는 만큼 양측이 마지막까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LA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HMM] |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이날 HMM 사측과 해상노조의 쟁의조정에 대해 중지 결정을 내렸다.
사측은 육상노조 조정안과 마찬가지로 ▲임금 8% 인상 ▲교통비 월 10만원 인상 ▲복지카드 포인트 연 50만원 인상 등 실질 인상률 10.6%를 제안했다. 여기에 격려금 300%, 생산성 장려금 200% 등을 포함하면 올해 약 9400만원의 보상을 받는다며 노조를 설득했다. 해상노조는 회의 과정에서 사측의 조정안을 놓고 분회장 투표를 진행했지만 투표 참석자 전원의 반대로 부결됐다.
사측은 임금 5.5% 인상 등 원안에 비해 진전된 안을 토대로 마지막까지 노조 설득에 힘을 쏟았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HMM은 이날 저녁 자료를 내고 "회사가 전향적인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유감스럽다"며 "자칫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감안해 노조가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측 안은 노조의 눈높이와는 여전히 차이가 컸다. 특히 해상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적이 무엇보다 선원 확보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HMM은 국내 선사는 물론 글로벌 선사들과 비교해도 대우가 열악해 인력난을 겪고 있다. 기존 해상직들은 6개월의 승선계약을 초과해 최대 1년 가까이 배를 떠나지 못하고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처우 개선이 선행돼야 해외로 빠져나가는 선원들을 돌아오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정근 HMM 해상노조 위원장은 "월급 한두푼을 더 받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선원 유입 활성화가 급선무이기 때문에 임금 인상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육상노조와 해상노조 모두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양 노조는 곧바로 (가칭) 공동대응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임금 정상화를 위한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해상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이틀 간 파업 진행 여부를 묻는 조합원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육상노조 역시 조만간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HMM은 1976년 창사 이후 첫 파업을 맞는다. 이날 기준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4340.18로 15주 연속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유례 없는 고운임이 지속되고 있어 수출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여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파업이 현실화하기 전까지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 노사 양측이 파업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합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진행되면 추가 운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이미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 화주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며 "양측이 협상을 통해 파업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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