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가상한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올 하반기 '분양가뭄'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이전보다 높게 책정되면 사업성이 높아지고 조합도 분양 시기를 미루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분양을 눈앞에 둘 정도로 사업이 막바지에 이른 정비사업장이 많지 않아서 분양가 규제완화 만으로는 단기에 공급이 급증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09.01 leehs@newspim.com |
◆ HUG·국토부, 분양가 규제 '완화' 시사…공급절벽 개선될까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노 장관은 지난 9일 주택건설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운영하고 고분양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민간주택 공급에 장애가 없는지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분양가 규제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전국 조정대상지역 아파트 분양가의 기준이 되는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손질한다. HUG는 지난 2월 고분양가 심사 제도를 개편했지만, 그 결과 구축 아파트가 많은 지방 구도심의 분양가를 낮게 책정해 지방 주택공급 부족이 악화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분양을 예정했다가 미룬 곳은 총 3만300여가구에 이른다. 특히 지방에서 연기된 사업장에는 총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많다.
예컨대 대전 서구 용문1·2·3구역 재건축(총 2763가구)은 지난 상반기 분양하려 했지만 오는 11월로 미뤘다. 대전 서구 탄방1구역 숭어리샘 재건축 단지(총 1974가구)는 연말경으로, 대구 중구 힐스테이트 동인(총 1009가구)은 이달로 분양이 연기됐다.
후분양으로 바뀐 대단지 아파트도 있다. 후분양 아파트는 사업 기간 중 발생하는 금융비용을 반영하는 만큼 선분양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높다. 또한 매년 공시지가가 오르기 때문에 후분양으로 분양 시기를 늦추면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다.
대구 달서구 상인 푸르지오 재개발(총 990가구), 인천 남동구 다복마을 재개발(총 1115가구)은 후분양으로 바뀌었다. 두 단지의 예상 분양시점은 각각 오는 2023년 상반기와 2023년 말이다.
서울 주택시장도 올해 극심한 '분양가뭄'을 겪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시에 분양한 아파트는 4777가구였다. 이 중 수요자들이 실제 청약 가능한 일반분양 물량은 1809가구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 2만8131가구(일반분양 9512가구), 2019년 1만5365가구(일반분양 7836가구)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9.14 sungsoo@newspim.com |
◆ 업계 "상반기보다 분양 늘 것"…분양단지 많지 않아 효과는 '글쎄'
업계에서는 이번에 국토부와 HUG가 분양가 규제를 완화하면 하반기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UG가 정비사업장의 분양가를 이전보다 높게 책정하면 재개발·재건축의 사업성이 높아져 조합 및 시행사가 분양을 미루는 경우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상반기 건설사들의 신규분양이 목표 대비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분양가 규제 때문"이라며 "다만 HUG, 국토부 모두 분양가 규제 완화를 언급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주택공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분양가상한제 제도가 개선되면 그동안 분양을 미루고있던 조합이나 시행사가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며 "상반기보다는 분양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라 연구원은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REPS 자료를 인용, 전국 건설사의 올해 실제 주택공급량이 38만~39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목표치 50만가구를 밑도는 수치다. 연내 분양이 예정된 물량은 26만가구지만, 월별 계획이 확정된 물량은 15만5000가구에 불과해서다.
하지만 그는 올해 전국 공급물량이 39만가구면 작년보다 약 8.5%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39만가구 수준에서 분양이 마무리되면, 내년으로 이연된 물량과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물량을 합쳐서 내년에 40만가구 이상이 공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분양가상한제가 완화돼도 단기 주택공급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분양을 눈앞에 둘 정도로 사업이 막바지에 이른 정비사업 단지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정비사업은 분양가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바로 분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실제 분양이 가능한 단계까지 사업이 무르익어야 한다"며 "여기에 해당하는 단지는 둔촌주공 등 몇 군데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 규제를 완화해도 전반적인 정비사업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