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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국제 원유시장의 긴축적인 수급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 최대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와 미국 모두 증산에 소극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유가 추가 급등의 관측이 제시된다.
오펙(OPEC·석유수출국기구)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공급량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명했다. 오약하면 오펙플러스와 미국의 태도로 긴축적인 수급 여건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올해 원유시장의 공급 부족분은 일간 110만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T는 먼저 오펙플러스가 지난 4일 감산 축소폭을 늘리지(증산하지) 않고 종전대로 유지하기로 한 데 대해 "오펙플러스는 높은 유가를 선호하고 있으며 수요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일 오펙(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으로 구성된 오펙플러스는 오는 11월에도 협조 감산량의 축소폭을 매월 40만배럴로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의 축소폭 확대 압박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급 상황의 유지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오펙플러스가 현재 수급 구도를 유지하려는 큰 이유는 고유가가 관련국의 재정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재정에 대한 석유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 유가 상승은 이들에 환영할 일이다.
수요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현상 유지의 동기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악화하며 수요가 재차 감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수요 회복을 낙관해 섣불리 감산 축소폭을 확대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석유업계가 증산에 소극적인 점도 긴축적인 수급 구도를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로 거론됐다. 미국 석유업계가 증산에 소극적인 이유는 ▲오펙플러스에 대한 두려움 ▲투자자 의식 등 크게 2가지가 있다.
현재 미국 석유업계에는 작년 오펙플러스와의 가격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의 '트라우마'가 있다. 현재 오펙플러스의 예비(잉여) 생산여력은 하루 400만~500만배럴로 추정되는데 이는 미국 생산량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FT는 이같은 예비 생산규모에 대해 미국 업계의 수익성을 재차 위협할 수 있는 규모라고 평가했다.
주주들에 대한 의식도 이유다. 현재 미국 석유업계는 유가 상승 덕에 늘어난 잉여현금흐름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으로 환원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을 확대하려고 설비투자 등을 발표했다가는 투자자들에게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헤지펀드 등 이른바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석유업계의 대규모 주주환원 증액을 노리고 지분을 대거 매입한 상황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유가 추가 급등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국제 원유시장의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각각 모두 82달러, 78달러 후반대로 연초 이후 60%, 63% 상승폭을 기록 중이다.
CNBC에 따르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키어런 클랜시 원자재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오펙플러스의 감산량 축소가 앙골라와 나이지리아 등의 생산 중단으로 계획대로 이뤄지지 있음을 언급하며 "계획에 차질이 계속 빚어지면 내년에도 유가는 높은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원유 수요가 당초 전망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연말 브렌트유 전망치를 80달러에서 90달러로 상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 겨울 기온이 예상 밖으로 더 떨어지면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라시아그룹은 "오펙 회원국은 인플레를 중요한 문제로 보지 않는 것 같다"며 당분간 유가 상승을 용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유라시아는 사우디가 주요 고객에 대한 원유 판매가격을 인하하기 시작했다며 이것이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다소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