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7만전자'마저 무너졌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10개월여 만에 6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업황 둔화 우려에 환율 부담까지 겹치면서 수급이 악화됐다. 시장에선 올 연말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다질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가 이날 장 중 7만 원을 하회하고 있다. 이대로 거래를 마칠 경우, 삼성전자는 종가 기준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약 10개월 만에 '6만전자'로 내려앉게 된다.
삼성전자의 주가 약세에는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동현 리서치알음 대표는 "최근 마이크론을 비롯해 반도체 업체들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가이던스를 좀 줄였다"며 "이번 주에 TSMC 실적 발표도 있는데, 여기서 또 반도체 공급망 병목 현상 같은 이슈들이 언급되면서 가이던스도 부정적으로 줄 것으로 시장에서 보고 있다. 그런 이슈들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좀 더 빠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예상과 같이 NAND의 급격한 업황 둔화로 인해 삼성전자의 이번 3분기 NAND 출하량이 기존 회사 측 가이던스를 하회했다"며 "추가적인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 심리가 NAND에 대한 고객들의 구매 심리를 위축시키고,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중국 YMTC의 시장 진입이 NAND의 가격 하락 속도를 더 가속화 시킬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올해 3분기 매출 73조 원, 영업이익 15조8000억 원의 실적(잠정치)을 거뒀다고 밝혔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9.0%, 영업이익은 27.9% 증가한 규모다. 매출이 사상 최초로 분기 기준 70조 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2018년 3분기 17조5700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성적을 기록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높아진 시장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 했다는 이유에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5조8000억 원의 영업이익은 지난 한 달간의 시장 컨센서스에는 부합하나, 달러/원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감안해 상향 조정된 최근 전망치에는 다소 못 미치는 것이었다"고 언급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 둔화 리스크와 반도체 가격 하락세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 부담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 4분기 실적은 매출 72조5000억 원, 영업이익 15조 원으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이 극단적으로 악화하지 않는다면 내년 하반기부터 이익이 다시 증가하는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하이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의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각각 8만9000원(기존 대비 3.3%↓), 9만3000원(7%↓)으로 하향 조정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급 불안도 주가 하락에 한몫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장 중 한때 1200원까지 오르며 장 중 기준으로 지난해 7월 28일(1201.0원) 이후 1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1200원 대에 올라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외국인은 현재 코스피에서 6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다. 삼성전자 주식도 지난 7일까지 7거래일 연속 팔아치우다가 이날 소폭 매수세를 보이는 중이다.
박유악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의 기간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단기적인 주가의 기간 조정이 이어진 뒤 올 연말부터는 디램(DRAM) 업황 개선과 파운드리(Foundry) 시장 점유율 확대 기대감이 주가의 상승 전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현 대표는 "(업황 악화 우려가) 내년 상반기 이후로 해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니까, 꽤 오래 걸리는 것"이라며 "주가가 한 6개월 정도 선반영한다고 보면 삼성전자 주가는 올 연말쯤 바닥을 다져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편, 최근 관심이 모아진 삼성 오너 일가의 주식 매각 이슈는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서 받은 유산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전자와 계열사 등 2조 원 가량의 회사 주식 매각에 나선 상태다. 홍 전 관장이 처분 예정인 삼성전자 주식은 1994만1850주(지분율 0.33%)로, 지난 8일 종가 기준 1조4258억 원 규모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은 "오너 일가의 주식 매각이 수급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고 말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