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오세훈 시장이 민간위탁사업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부적격 시민단체 퇴출을 선언한 '서울시 바로 세우기' 프로젝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여당은 해당 의혹 근거가 부실하다며 연일 오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달 중 공개 예정인 감사결과에 따라 의혹제기에서 그칠지, 대대적인 비리척결로 이어질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진행중인 민간위탁사업 관련 감사결과는 이르면 다음주, 늦어도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11.01 hwang@newspim.com |
베란다형 태양광 보급 사업과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운영사업 등 이미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고발 조치한 건을 제외하고도 마을공동체, 사회주택, 서울혁신센터 등 4~5개 사업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비리의혹 근거 놓고 연일 공방전, 감사결과가 '관건'
오 시장 역시 지난 1일 진행된 내년도 예산안 브리핑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와 관련된 감사결과가 곧 나온다. 아직 공개전이라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을 뿐"이라며 "비정상적인 관행을 바로잡아 세금낭비를 막는 걸 전임 시장 지우기라고 지적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민간위탁사업 관련 예산 1788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832억원을 삭감한 상태다. 강도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하면 또 다른 사업들에 대한 추가 감사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반대 수위를 높이며 오 시장을 압박중이다. 지난 2일에는 100여개 시민단체가 서울시청 앞에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며 오 시장을 비판한 데 이어 4일에는 전국 117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예산 심의권을 쥔 시의회 역시 오 시장의 '폭주'를 막겠다며 벼르고 있다. 여기에 25개 자치구 구청장 여당 소속 구청장 24명이 일방적인 예산편성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전방위 공세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시민단체와 여권 공세의 핵심은 오 시장이 제기한 각종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확실한 근거도 없이 시민단체를 '비리단체'로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감사결과가 나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시민참여와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행동하는 시민·지역사회단체 회원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민사회단체 폄훼와 예산삭감 중단 및 언론의 자유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1.11.04 hwang@newspim.com |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의심되는 정황이 있으니 감사를 시작했고 물증을 확보했으니 고발을 하지 않았겠는가"라며 "결과를 보면 다 알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민간위탁사업 정상화를 통해 절감한 비용을 취약계층 보호 사업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삭감한 832억원 역시 청년지원사업 등에 편성했다. 서울시 채무비율이 25% 근접하는 등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사업조정을 통한 재원확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 상황을 종합할때, 감사결과에서 구체적인 비리가 명확히 입증되면 오 시장의 행보는 탄력을 받게 된다. 시민단체와 여권이 반발 역시 당위성을 잃게 된다.
반면 모호한 결과가 나올 경우 성급하게 의혹부터 제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바로 세우기 프로젝트 역시 원점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감사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한편, 감사결과와 상관없이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울시 감사는 행정절차로 '위법' 여부는 경찰 조사를 통해서 확정되기 때문이다. 해당 시민단체가 법적 공방을 진행한다면 지리한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서울시가 약 5600만원 규모의 사업비를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노들섬 운영사(어반트랜스포머, 플랙스앤코 컨소시엄)측은 결백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도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운영사 관계자는 "우리는 횡령을 안했다"며 "서울시가 고발한 것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 측은 "수차례 언급한 것처럼 이번 사안은 그간의 관행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것으로 바로 잡겠다는 취지다. 자꾸 정치적 공세로 몰아가는 건 억지"라며 "감사결과에 맞춰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