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코로나19로 광범위한 공공일자리 창출이 노동시장의 관행으로 고착되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해로울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추후 고령 근로자들이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던 크리스토프 앙드레 담당관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의 서면인터뷰에서 "공공일자리 확대정책은 급속한 고령화로 향후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는 한국에 특히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이 지적했다.
그는 "평생교육, 더 유연한 노동시장 규제로 민간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던 크리스토프 앙드레 담당관 [사진=전경련] 2021.11.22 nanana@newspim.com |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으로는 기업간(대기업vs중소기업), 산업간(제조업vs서비스업) 생산성 격차를 꼽았다. 보다 나은 인적자원의 배치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노동시장 정책이 유연성과 노동자 보호 사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앙드레 담당관은 "북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부는 직업이 아니라 노동자 자체의 보호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고용 보호는 유연해져야 하며, 동시에 실업시 실업수당을 통한 효과적 보완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재교육하는 등 사회 변화에 맞게 노동경쟁력이 강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앙드레 담당관은 한국 경제성장을 이끈 주축인 기업들의 활력이 둔화되고 경제 저성장이 고착화 되는 문제의 원인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수준인 한국의 제품시장 규제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특히 기업들의 사업 운영에 있어 국가의 관여가 광범위하고 서비스 및 네트워크 분야 장벽, 무역‧투자 측면 애로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말했다.
실제로 OECD 상품시장규제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69로 조사 대상 34개국 중 5위다(OECD 평균은 1.40). 무역통상연구원 조사도 상위 10대 수출국 중 한국의 서비스 수출 비중은 13.8%로 1위인 영국(46.3%)의 3분의 1 수준이고, 한국 서비스시장의 연평균 성장률도 0.6%로 세계 평균(3.8%)보다 한참 뒤쳐진다고 조사한 바 있다.
앙드레 담당관은 경제와 산업정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지난 수십년 간 한국을 산업 강국으로 변모시키는 데 기여했으나 지식‧서비스 기반 경제로 발전할수록 더 가볍고 유연한 규제가 혁신을 촉진한다고 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유연한 규제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차기 한국정부가 기업의 활력 제고를 위해서는 ▲규제 단순화 ▲국가간 자유 무역 협정 확대 ▲규제샌드박스, 규제자유구역 등 실험적 규제개혁 시스템의 성공시 이를 법제화해 영구 안착하는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인터뷰는 전경련이 창립 60주년을 맞아 국내·외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서면 진행됐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둔화 되는 상황에서 재정‧노동 등 거시경제와 생산성 제고 측면에서 내년 출범할 새 정부의 바람직한 정책 시사점을 짚어보는 것이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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