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가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병찬(35)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서울경찰청은 24일 오후 경찰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위원회는 "미리 흉기를 준비해 피해자 주거지를 찾아서 잔인하게 살해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신상 공개로 얻는 범죄예방 효과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가 범행 일체를 시인했고 현장 감식 과와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있다"며 "위원회는 개정된 신상공개 지침을 적용해 피의자에게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기회 부여 등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신변보호 여성 살인사건 피의자 김병찬. [사진=서울경찰청] 2021.11.24 filter@newspim.com |
이날 심의위의 결정으로 김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은 공개됐다. 다만 피의자인 김씨가 불복하고 소송에 제기하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에 따르면 피의자 신상공개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범죄 ▲혐의에 대한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공공 이익에 부합하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지난 4월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은 김태현(25),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6),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후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도 이같은 조건을 충족해 신상이 공개된 바 있다.
김씨는 지난 1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였던 30대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경찰이 관리하는 데이트폭력 신변 보호 대상자였다. 김씨는 6개월 전 A씨와 헤어졌지만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폭언, 주거침입 등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김씨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못 이겨 경찰에 데이트폭력 신변보호를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9일 김씨에게 100m 이내 접근 금지, 정보통신이용 접근 금지 등의 잠정 조치를 내렸다. A씨는 경찰로부터 귀갓길 동행, 순찰 보호조치, 임시숙소, 스마트워치 등을 제공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A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흉기 준비 등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에 거주하는 김씨는 범행 전날인 지난 18일 상경해 서울 중구 을지로 한 아울렛에서 모자를 구입한 후 중구 황학동 마트에서 흉기를 사고 종로구에 있는 숙박업소에서 하루를 머물렀다.
사건 당일인 19일 오전 11시 6분 서울 중구 저동에 있는 A씨의 오피스텔 지하 3층에서 A씨의 차량을 확인했다. 3층으로 올라가 A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준비한 흉기를 수차례 휘둘렸다. A씨는 신변보호 신청 후 임시보호소와 지인의 집 등에서 머물렀지만 이날은 계약 문제로 경찰 동행 없이 오피스텔을 찾다가 변을 당했다.
김씨의 위협에 A씨는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로 두 차례 긴급호출을 했다. 하지만 당시 부정확한 위치가 전달되면서 혼선이 빚어졌고, 경찰은 범행 장소에서 수백미터 떨어진 서울 명동으로 출동해 A씨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A씨는 오피스텔 주민들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범행 후 김씨는 A씨의 휴대전화를 챙겨 강남구 신사역 화장실에 휴대전화와 자신의 겉옷을 버린 후 대구로 도주했다. 도주 중에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바꿔 경찰의 추적망을 피했다. 경찰은 오피스텔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지난 20일 김씨를 동대구역 인근 숙박업소에서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겁을 주려는 의도만 있었을 뿐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 A씨가 첫번째 경찰에 신고했을 때 스마트워치에서 나온 경찰 목소리에 흥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22일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같은날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할 염려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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