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있는 낸드플래시 공장의 운영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가 다시 한 번 불거졌다. 중국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안 전역을 봉쇄하면서다. 삼성 시안공장은 세계 낸드플래시 공급량의 15.3%를 맡고 있다.
앞서 중국은 전력난을 이유로 한 차례 공급망 리스크를 야기한 바 있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30일 삼성전자와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시안공장의 생산라인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중국당국의 시안 봉쇄명령은 지난 23일 내려졌다. 봉쇄명령 후 삼성전자는 비상 체제에 돌입해 숙소를 격리하고 가용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생산라인을 정상가동해 왔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자 "임직원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회사 경영방침에 따라 라인 조정을 결정했다.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는 "탄력적인 조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일부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세계 낸드플래시 공급량의 100대 중 35대는 삼성전자 제품으로, 이 중 15대는 시안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 공급 물량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 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세계 낸드 점유율은 34.5%로 1위다. 2위는 일본의 키옥시아(19.3%)로, 삼성에 15.2%p 뒤쳐져 있다.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2.5%를 생산하고 있다. 세계 낸드 생산량의 15.3% 수준이다. 나머지 물량은 화성과 평택에서 생산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아직까지 도시 폐쇄로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가까운 시일 내에 시안 봉쇄와 관련된 물류 문제에 직면하고 출하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산라인 연계를 포함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고객 서비스에도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개편 작업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등 원천기술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제조의 80%를 대만,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 맡기고 있다. 코로나19, 미·중 분쟁 등을 거치며 '공급망 리스크'에 휘청이자 자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공급을 늘리길 원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 10월에도 전력난을 이유로 반도체 공급부족 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 당시 전력 사용 억제 대상에서 반도체·파운드리 부문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부품 생산 공장들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어 결국 반도체 완제품 생산까지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를 낳은 바 있다.
시안공장 가동 차질은 낸드플래시 가격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앞서 시장조사기관들은 올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낸드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하락을 예상한 바 있다. 공급 과잉이 가장 큰 이유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1분기 낸드 가격이 10~15%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시안공장 가동 차질로 공급물량이 줄어들 경우 가격 하락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렌드포스는 "물류의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매자가 공급업체에 주문을 늘려야 할 수 있다"며 "내년 1분기 낸드플래시 제품의 고정가격 하락 폭이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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