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대부중개업 등록 없이 자신이 관리하던 연금을 프로젝트 파이낸스(PF)대출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았다면 대부업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대부업등의등록및금융이용자보호에관한법률위반 및 배임수재·배임증재 등 혐의로 기소된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연금재단 특별감사위원 전 전문위원 A씨에게 징역 1년 10월을 선고하고 대부업법 위반 혐의를 무죄 판단한 원심을 깨고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A씨는 3600억원대 규모의 퇴직 목사 노후 연금을 관리하면서 특정 증권사에 이를 몰아주고 그 대가로 17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 B씨와 함께 대출이 필요한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찾아 연금 대출을 알선해주고, 중개 수수료 27억여원을 수수한 무등록대부업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재단의 금전대여행위는 대부업법이 정하는 대부업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대부를 중개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대출 후 돈을 받은 것도 PF 대출을 위한 전문적인 평가 및 분석을 통해 대출 관련 자문을 해주고 자문료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대부업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A씨에게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17억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고등학교 동창 B씨는 징역 1년4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재단이 2012년 9월 여신금융, 보험 등 금융서비스사업을 할 수 있다고 정관을 변경한 뒤 피고인들이 PF대출한 것은 인정되지만 그 대출의 성격이 금전을 대부하는 것, 즉 이자부 소비대차인 점에는 변함이 없다"며 "재단의 대부업 등록 여부 또는 그 기금 대출 성격과는 무관하게 대부업법 제3조에 따라 관할 시도지사에게 대부중개업 등록을 별도로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대부업으로 볼 수 없다며 A씨에 대해 징역 1년 10월을, B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각각 감형했다.
2심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중개수수료를 수취하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보이는 점은 별론으로, 연금재단과 서민금융이용자를 중개하는 행위라기보다 부동산 PF대출 등 비교적 큰 금원이 필요한 사업자와 목회자들의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연금재단을 연결해주는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며 "연금재단의 이 사건 각 대출행위를 대부업상 '대부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에 법리오해로 인한 심리 미진이 있다고 보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이 사건 대출행위는 이자 있는 금전소비대차의 일종으로서 대부업법상 금전의 대부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이 연금재단과 차주 사이에서 대부 거래를 주선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연금재단의 대부가 대부업법상 '대부업'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피고인들의 행위는 대부중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대부중개에 해당하는지, 수수료가 대부중개의 대가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판단해야 했고 그런 판단을 위해 피고인들이 대부 거래 당사자에게 용역을 제공하게 된 경위, 용역 제공의 원인이 된 계약의 내용 및 실제로 피고인들이 수행한 업무 성격 등을 함께 살펴보았어야 했다"며 "원심은 연금재단의 대출행위가 대부업법상 대부업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했다.
한편 대법은 A씨의 불법 리베이트 수수 혐의 등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그대로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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