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경쟁관계에 있는 주요 유통업계와 뷰티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일제히 임인년 경영 화두로 '도전'과 '브랜드 가치' 제고를 강조했다.
새로운 시도를 뜻하는 '도전'으로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고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지를 담았다. 유통업계는 최근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는 신사업 확대 및 경쟁력 확대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 전설의 하키선수 명언 똑같이 인용한 신동빈·정용진…'도전' 강조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 맞수인 롯데·신세계가 3일 발표한 신년사에는 '도전 의식'이 묻어났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캐나다의 유명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말(시도조차 하지 않은 샷은 100% 빗나간다)을 인용해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레츠키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마이클 조던으로 불린다. 개인 통산 802호 골을 넣어 NHL 사상 최다 골 기록을 세웠다.
[사진=뉴스핌DB]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신 회장은 이날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계속 도전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도전'을 6번 언급했다. 롯데그룹이 현재 처한 위기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는 코로나19 기간 국내 10대 그룹 중에 유일하게 시가총액이 줄며 체면을 구겼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뛰었지만 화학과 함께 기업의 핵심축인 유통부문에서 롯데쇼핑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롯데호텔 실적에 8할을 차지하는 면세점은 적자 상태다. 롯데렌탈에 이어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기업상장(IP0)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그는 도전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조직의 개방성과 다양성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연공서열, 성별·지연·학연 타파를 통해 인재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도록 수평적인 조직구조로 바뀔 것을 주문했다. 공채 순혈주의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롯데가 최근 정기인사에서 각 분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사를 적극 선임했다. 신 회장은 "다양성은 우리의 경쟁력이며 도전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완벽한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제2의 월마트, 제2의 아마존도 아닌 제1의 신세계"라며 "디지털 원년을 위한 준비와 계획은 모두 마쳤고 이제 '오프라인조차 잘하는 온라인 회사'가 되기 위한 실천만 남았다"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옥션·G마켓·G9) 소위 '빅딜'을 성사시킨 정 부회장은 '디지털 피보팅'을 강조했다. 디지털 피보팅이란 오프라인 역량과 자산을 하나의 축으로 삼고 또 다른 축인 디지털 기반의 미래사업을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에 중점을 뒀던 전통 유통 기업에 코로나19는 여러 변화가 필요한 과도기적 기간"이라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뷰티 업계 1위 맞수 아모레퍼시픽·LG생건 '브랜드 가치 강화'에 방점...신사업 방향은 엇갈려
1·2위를 다투는 뷰티 기업 수장이 전한 신년사의 키워드는 '브랜드 가치' 극대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두 수장은 '고객'을 거듭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강한 브랜드'를 신년사 첫 경영 방침으로 꼽았으며 브랜드 가치 강화에 방점을 뒀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한 시무식에서 "아모레퍼시픽은 명실상부한 '브랜드 컴퍼니'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뉴스핌DB] 왼쪽부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
두 기업의 성장 전략은 엇갈렸다. 서 회장은 그룹의 성장을 견인할 엔진 상품 육성에 집중하고 더마(약국 화장품)와 웰니스(건강) 등 잠재력 있는 비즈니스의 확장을 시도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디지털 대전환과 사업 체질 혁신도 실천 목표로 꼽았다.
LG생활건강은 세계적인 명품 회사로 발돋움할 브랜드 가치 극대화를 강조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기본에 충실해 고객가치에 집중하고 모든 고민과 실천이 고객가치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집요한 혁신을 통해 고객감동을 실현해야 세계적인 명품 뷰티 회사가 되고자 하는 목표에 한층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 부회장은 '글로벌 확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지난해 실적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코로나 여파와 대표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등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며 매출 타격이 큰 데 반해 LG생활건강은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견고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9% 늘어난 1조 1089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503억원으로 10.2% 줄었다.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5% 증가했다.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후와 숨 오휘와 같은 럭셔리 화장품에 대한 높은 수요가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뷰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의 대표 럭셔리 브랜드인 후의 컨셉을 유지하면서 북미 고객들이 선호하는 향과 용기 디자인을 적용한 신규 라인이 강화된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폭스'를 통한 북미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유통학회 회장인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엔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위기 극복'이 기업의 주된 관심사였지만 올해부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변화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온·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한 옴니채널을 강화하면서 패션 등 특화된 전문몰 등을 활용한 고객 유치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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