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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에도 해 넘긴 ′택배갈등′…노사 입장차로 장기화 불가피

기사등록 : 2022-01-05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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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원 중 일부만 분류비 사용" vs "수천억 투자"
진실공방 지속으로 화주·소비자 피해 장기화
"롯데·한진 분류작업 배제는 외면" 지적도
설 연휴 앞두고 물류대란 우려…CJ "파업 멈춰야"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작년 말부터 시작된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들의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회적 합의 이행을 놓고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노조는 오히려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어 화주와 소비자 피해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29일 오후 서울 중구 CJ그룹 본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마친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 조합원들이 CJ대한통운 본사로 행진하고 있다. 2021.12.29 hwang@newspim.com

◆ 택배비 인상분 배분 놓고 입장차 못좁혀…"분류작업 배제는 소극적" 지적도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작년 12월 28일부터 시작된 CJ대한통운 택배노조의 파업으로 하루 약 40만건의 배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CJ대한통운 물량의 약 4% 수준이다. 노조는 쟁의권이 있는 노조원 약 1650명이 파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CJ대한통운은 이보다 적은 1500여명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조 파업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는 것은 지난해 택배기사의 과로사를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놓고 노사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6월까지 1, 2차에 걸쳐 도출된 사회적 합의는 분류작업을 택배기사 업무에서 배제하고, 이를 위한 비용을 택배비 인상을 통해 충당한다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택배비 인상분 배분을 놓고 양측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점이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 도출에 앞서 택배비 170원을 올리고 이 중 일부만 분류작업 비용에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사측은 분류비용을 포함해 택배기사 처우개선에 수천억원을 투자해왔다는 입장이다. 본사가 약 3000억원의 초과이윤을 가져가고 있다는 노조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아울러 노조가 계산한 3000억원은 올해 추가로 택배비 100원을 인상하는 것을 감안한 수치다.

반면 분류작업 배제라는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에 대해 노조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로를 막기 위한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인 분류작업 제외를 합의문에 명시했지만, 택배기사에게 비용을 지급하면 업무를 지속할 수 있게 돼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진경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사회적합의 '분류작업 불이행' 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1.04 pangbin@newspim.com

◆ 설 연휴 앞두고 물류대란 우려…CJ대한통운 "명분없는 파업 멈춰야"

특히 노조와 교섭 등을 잠정 합의한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 CJ대한통운을 제외한 택배사 대부분은 분류인력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택배기사 2명당 1명의 분류기사 투입이 목표로, 업체당 최소 4000여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하루 중 이른 아침 3~4시간 단기 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과거와 마찬가지로 기사들이 분류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해당 비용을 받으면서 기사들의 처우는 개선된 측면이지만 과로 해결이라는 점에서는 진전이 없는 셈이다.

택배 대리점 관계자는 "분류작업 비용을 지급받게 된 것은 의미가 있지만 과로를 막기 위해 싸운 노조의 명분은 실종된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파업은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접수 중단이나 반송으로 상품 발송을 못하는 쇼핑몰 등 화주들과 소비자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특히 이달 말 설 연휴를 앞두고 물량이 50% 이상 급증하는 성수기까지 파업이 이어지면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는 물론 CJ그룹의 대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택배기사와 직접계약관계가 아닌 만큼 본사 차원의 대응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분류인력 투입 등 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고, 관련 내용을 정부에서 점검도 받고 있음에도 사실을 왜곡하고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노조에 유감"이라며 "상품을 볼모로 한 명분 없는 파업을 멈추고 일상 회복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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