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카카오 형제들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하반기 신규상장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19일 나란히 신저가를 기록했다. 2월에는 각각 6개월, 3개월 보호예수 물량 해제를 앞두고 있어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12월 17일~1월 19일) 카카오뱅크는 33.76% 하락하며 코스피 종목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날도 장 초반 2%대 하락세를 보이며 전날에 이어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8월 상장 당시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승승하던 주가는 현재 고점 대비 절반가량 빠진 상태다.
지난해 7월 26일 서울 KB증권 종로지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최상수 사진기자] |
지난해 11월 상장한 카카오페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최근 한 달 새 30% 넘게 하락했는데, 경영진들의 '먹튀 논란'이 시작이었다. 상장 한 달여 만에 류영진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 등 경영진이 무더기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매각하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였다. 류 내정자가 자진사퇴하고, 카카오에서 내부 통제 방안을 마련했지만 얼어붙은 투심은 녹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성장주로 구성된 미국 나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 8.3% 빠진 상태다. 전날도 1.15% 하락하며 3개월 최저치를 보였다. 뉴욕증시가 조정장에 진입하며 국내 증시도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단기적인 주가 전망도 밝지 않다. 기관투자자들의 매물이 쏟아질 수 있는 보호예수 해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내달 6일이면 6개월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주식거래가 가능한 7일부터 전체 기관물량의 36.81%인 1326만150주가 매매가능 물량으로 풀린다. 전체 기관 보호예수 물량 중 가장 큰 비중이다. 이는 전체 주식수(4억7515만9237주)의 2.79% 수준이다.
최대주주인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 27.26%(1억2953만3725주)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23.25%, 1억1048만4081주), 국민은행(8.02%, 3809만7959주), 한국투자금융지주(4.01%, 1904만9643주) 등도 상장 후 6개월이면 자유로운 주식 매매가 가능해진다.
대주주들의 물량 출회 가능성은 높지 않더라도 다른 기존 주주들의 매도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주주였던 앵커에쿼티파트너스(IPB)와 TPG캐피탈(Keto Holdings)의 물량(각각 1064만주)도 이 시기에 보호예수가 풀린다. 앞서 기존주주였던 넷마블은 카카오뱅크 지분을 전량 매도했고, 우정사업본부도 보유 지분을 일부 줄였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주주(서울보증보험·우정사업본부·이베이코리아·예스24)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7.94%, 텐센트가 보유한 3.21%, 2020년 말 들어온 FI(전략적투자자)들이 보유한 4.48%와 기관들의 6개월 확약물량 2.79%를 합치면 18.42%에 달한다"며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상장 후 6개월 시점에 상당한 물량이 시장에서 추가적으로 거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카오페이 역시 내달 3일이면 3개월 의무보유 물량이 해제된다. 전체 기관 물량 가운데 23.8%에 해당하는 222만2087주가 매도 가능해진다. 현재 카카오페이 주가는 13만 원대 수준으로, 공모가(9만 원) 대비 50% 가량 높아 기존 투자자들의 매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카카오 형제들을 연일 매수하고 있다. 주가가 고점 대비 크게 급락하자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이달 19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카카오뱅크 주식을 3856억1900만 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전체 순매수 상위 4위 규모다. 카카오페이에 대한 순매수액도 859억3744억 원을 기록하며 상위권에 랭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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