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설 명절 이후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양극화'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대출규제 등 악재가 많지만 현재 시장 위축을 '대세 하락'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거래가 거의 끊긴 가운데 일부 급매를 보고 하락장이 본격화됐다는 것은 '섣부른 일반화'라는 것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가격 상승을 이끌 요소가 다수 포진해 있다.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군 수요가 있는 지역은 전세·매매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3월 대통령 선거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시점부터 주택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특히 강남 등 서울 중심지 고가주택은 수요가 많기 때문에 지역별 집값 '양극화'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 강남, 금리인상·대출규제 '무풍지대' vs 서울 노도강 '타격'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설 이후 부동산시장이 '양극화'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 없이 산 15억원 이상 고가주택과, 대출을 많이 끼고 산 중저가 주택이 극명하게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서 신고가 거래가 계속 나오고 있어서 수도권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주장은 섣부르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단지. 2020.08.05 pangbin@newspim.com |
강남권에선 대출규제와 무관한 신고가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래미안 전용면적 130㎡는 지난 3일 3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4월 기록한 신고가 30억7000만원보다 1억8000만원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65㎡는 작년 12월 52억원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5개월 전인 7월 45억원에서 무려 7억원 오른 것이다. 강남구 일원동 샘터마을 전용 102㎡는 지난 6일 2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1일 21억4500만원에 거래된 후 한 달 만에 5억500만원 올랐다.
반면 서울 외곽 지역은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대출규제 영향을 많이 받는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이 주를 이룬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 전용 58㎡는 작년 12월 15일 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3개월 전인 작년 9월 9억4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떨어진 것이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 전용 84㎡는 작년 12월 8일 10억8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작년 10월 말에는 12억원에 실거래됐는데 1개월여 만에 가격이 1억원 넘게 내렸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는 작년 8월 11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11월에는 10억8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앞으로도 대출 비중이 높은 서울·경기권 외곽의 중저가 주택은 금리인상, 대출규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하면 '영끌' 매수자들의 대출 원리금 상환 압박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종전 3.58~4.78%에서 작년 12월 16일 기준 3.85~5.05%로 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한 만큼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2.01.11 sungsoo@newspim.com |
올해부터는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DSR 규제 대상이 되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을 합쳐 매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연소득의 40%(은행 대출 기준)를 넘을 수 없다.
연소득에 따라 대출 가능 금액이 정해지기 때문에 소득이 적을수록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는 구조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사람들이 크게 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반면 서울 중심지의 15억원 이상 고가주택은 대출 없이 사서 금리인상·대출규제 충격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주택시장 움직임이 금액대 별로 다를 것"이라며 "DSR 등 대출규제 강화로 6억~9억원 구간 주택은 가격 상승 속도가 더딜 것인 반면 고가주택이나, 가격대가 아예 낮은 주택들은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3월 대선 예측되면 '매수' 증가…지방선거·임대차3법 영향도
또한 올해 상반기에는 가격 상승을 이끌 요소가 다수 포진해 있다.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군 수요가 있는 지역은 전세·매매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너무 어렵게 출제된 수능)이었던 만큼 학군·학원가가 잘 갖춰진 지역을 찾는 학부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전통적인 학군 강세 지역은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이다. 특히 강남4구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전세·매매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현재 부동산시장은 거래건수가 급감했지만 정작 가격은 하락하지 않았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작년 12월 전월대비 0.46%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월 0.23% 올랐다. 3월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어 상승률은 줄었지만 '대세 하락'이라고 보기는 무리다.
즉 현재 주택수요는 결코 사라진 게 아니며, 대출규제 등으로 억눌려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어떤 변수가 생겨 거래량이 다시 증가하면 상당한 강도로 수요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선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시점부터 주택 매수세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예컨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11.08 sungsoo@newspim.com |
윤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양도소득세 부담을 낮추는 부동산 세제 개편을 예고했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를 현행 50% 수준으로 감면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지금은 높아진 가격 부담감과 대선 관련 불확실성 때문에 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부터는 수요자들이 다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3월 대선 외에 6월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이를 전후로 재개발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재개발 시장에 호재가 될 만한 공약을 내놓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개발 규제 완화 공약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에서 이를 개발호재로 인식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추세적 하락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임대차 3법 전세(2+2년) 만기가 다가오는 오는 7월 전후로는 전세가격 폭등과 더불어 매매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가격이 전고점보다 저렴할 경우 이를 급매물이라고 인식해서 사려고 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서 전세 4년을 다 채운 임차인들은 전세 만기가 돌아오기 2개월 전부터 미리 움직일 것"이라며 "높은 가격에 전세를 구할 바에는 차라리 매매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9년 12·16정책이 나온 후 6개월 정도, 또한 2021년 초에도 종부세 여파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잠시 떨어졌었다"며 "하지만 결국 저가 매수세가 붙으면서 다시 상승으로 전환했고, 이번에도 이런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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