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정부가 상습 정체구간인 경부고속도로의 수도권 구간 지하도로 추가 건설을 확정하면서 구체적인 사업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건은 경기도에서 이어지는 서울시 구간을 어떻게 건설할지다. 국토교통부 계획대로 경기도 구간의 도로용량을 확대하면 그에 따라 늘어나는 교통량을 소화할 연결도로가 필요해서다. 지난해 서울시 보궐선거에서 이슈가 된 양재~한남 구간 전면 지하화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토부는 동탄에서 시작하는 지하도로를 반포, 한남 등 현재 경부선 구간이 아닌 제3의 지역으로 내는 방안 등을 포함해 서울시와 협의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용역안대로 양재~한남 구간의 정체해소 방안을 찾는다는 방침이어서 갈등의 여지가 남아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설연휴 마지막 날인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이 차량들로 정체를 빚고 있다. 2022.02.02 mironj19@newspim.com |
◆ 국토부 3.2조 투입, 2027년 착공 목표…늘어나는 교통량 받아줄 서울 연결 '관건'
3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경부고속도로 화성~서울 구간 지하에 추가도로(터널)을 건설하는 사업을 포함시켰다. 내달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을 시작으로 사전타당성조사와 사업계획 수립 등을 거쳐 2027년 착공한다는 목표다.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구간은 도로 대비 교통량이 많아 극심한 정체를 빚어왔다. 이에 해당 자치구인 서초구청이 2015년부터 서울 구간 지하화를 추진해왔고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주요 공약으로 떠오른 바 있다. 국토부 역시 노형욱 장관이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직후인 후보자 시절 경기도 구간 확장을 공식화하면서 사업을 진행해왔다.
문제는 경기도에서 이어지는 서울시 구간을 어디로 건설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하에 2층 규모의 도로터널을 짓고 지상에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의 서초구청안을 토대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서초구 안을 포함해 교통정체를 해소하는 방안을 찾는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지만 기존에 논의돼 온 안이 유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서초구 안은 여러모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우선 지상도로 전체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건물을 지으려면 일반 지하공사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건물을 지지하기 위한 추가공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사업으로 진행되는 화성~서울 구간은 32.3km에 3조2051억원을 투입하는 데 비해 6.4km의 서울시 구간은 대략적인 사업비가 같은 수준이지만 길이는 5분의 1에 불과하다. 투입 예산 대비 효율성이 있는지 따져볼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존 도로를 유지하고 지하에 새로운 차선을 만들 때는 그만큼만 버티게 만들면 되지만 지상에 아파트를 지으면 추가비용이 막대하게 발생하는 데 비해 이를 통해 늘어나는 추가 주택 공급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같은 비용을 쓴다면 다른 지역에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경부고속도로 한남~양재 구간 지하화 계획 구상도 [자료=서초구청] |
◆ 국토부 "경부선 제3의 종점 열어둬"…서울시는 "국토부와 협의 안해"
국토부 구간이 끝나고 서울시로 이어지는 지점의 병목현상도 우려요인이다. 만약 서울시 구간의 서초구청 안과 경기도 구간의 국토부 안을 단순히 연결한다고 가정하면 교통량을 서울시가 전부 소화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 사업구간은 하루 교통량이 20만대를 넘어 적정 수준(13만4000대)의 최소 50%를 초과해 극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
여기에 국토부 사업구간이 예정대로 건설되면 도로 확대로 인해 교통량이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최대 왕복 10차선인 해당 구간에 왕복 6차선 터널을 추가로 건설해 16차선까지 확대하면 수요 역시 그만큼 늘어날 거라는 예측이다.
국토부 역시 서울시 구간에서 늘어나는 수요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서초구 안으로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제3의 구간으로 연결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현재 추진 중인 지하도로는 지상도로 대비 지형지물 등의 제약이 거의 없는 만큼 다양한 선택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사업구간이 끝나는 서울 경계지점에서 강남으로 빠지는 IC 없이 강북으로 곧바로 연결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지상도로 이용 차량 중 상당수인 강북행 수요를 분산시키는 구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사업이 포함됐지만 시·종점을 '서울'로 포괄적으로 담은 것은 기존 경부고속도로 구간 하부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라며 "지상과 달리 지하는 토지보상 등의 제약이 크지 않은 만큼 도로 방향에 따라 시종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입장은 조금 다르다. 한국도로공사가 관할하는 경기도 구간과 달리 서울시가 관리하는 양재~한남구간은 서울시 자체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는 취지다. 오는 8월을 목표로 진행 중인 연구용역 역시 양재~한남 구간을 정해 놓고 교통대책을 수립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도 가능하긴 하지만 정부 예산 반영을 꺼리는 국토부가 나설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소관 구간에 대해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한 만큼 서울시는 늘어난 용량을 어떻게 받을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서울시 구간은) 국토부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고 서초구 안을 포함해 원점에서 극심한 정체를 해소할 방안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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