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채무초과상태에 빠진 의사가 장래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을 요양급여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은 기존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사해행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한방병원을 운영하던 한의사 C씨는 2015년 9월 경 금융기관인 B사로부터 1억원을 대출받으면서 이에 대한 담보로 향후 3년간 발생할 30억원 상당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채권을 B사에 양도했다.
이후 C씨는 대출금으로 D은행에 대한 자신의 기존 대출금 채무를 변제했고 B사는 2015년 9월부터 2017년 5월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C씨의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아 대출금 원리금 변제에 사용한 다음 채권양도계약을 해지했다.
A씨는 2014년 9월 경 C씨에게 금전을 빌려줬는데 C씨와 B사가 체결한 채권양도계약이 민법상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사해행위란 채무가 있는 사람이 고의로 재산을 숨기거나 타인에게 양도하는 등 채권자의 권리를 해칠 수 있는 법률행위를 의미한다.
채권양도계약 당시 C씨는 한방병원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및 의료기기, 요양급여채권 이외에는 별다른 재산이 없어 채무초과상태에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1·2심은 "C씨가 채무초과상태에서 피고와 맺은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은 C씨의 채무초과상태를 더욱 심화시키고 다른 채권자에 우선해 피고에게만 채권 회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원고를 비롯한 일반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수익자인 B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6억3400여만원을 A씨에게 가액배상으로 지급하라고 했다.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은 "의료기관 운영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실행한 대출이 기존채무의 변제에 사용되거나 채무자의 변제능력의 향상에 기여하지 않고, 나아가 담보로 제공된 요양급여채권이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어서 상당한 기간 동안 다른 채권자들이 요양급여채권을 통한 채권만족이 어려워진 경우 이같은 담보제공은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C씨에 대해 "D은행에 대한 기존 대출금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이 사건 대출을 받고 그 담보로 피고에게 채권을 양도한 것으로 보일 뿐 신규자금 유입을 통한 변제능력 향상에 기여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은 "원심 판단에 사해행위취소의 권리보호이익, 사해행위의 성립, 처분문서의 해석, 가액배상의 범위와 원상회복방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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