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국내 항공업계 '양대산맥'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 심사가 오늘 열리는 가운데 관련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심사한다. 전원회의는 공정위원장과 부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공정위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조건부 승인이 유력하다. 공정위는 지난 12월 말 국토해양부와 함께 검토해온 심사보고서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양사에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에는 양사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위의 잠정 결론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양사간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대신 이들 기업이 보유한 공항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과 운수권(각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에 배분하는 운항권리) 일부를 반납하는 '조건부 승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날 열리는 전원회의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이 떨어진다 해도 가야할 길은 멀다. 양사가 취항 중인 총 14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양사 간 결합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양사 결합 여부에 대해 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 '필수 신고국가' 4곳의 심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국가들이 속한 EU의 승인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외에도 영국·호주 등 '임의신고국' 2개국에서도 심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아시아권 국가인 태국, 필리핀, 뉴질랜드, 대만, 터키,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 8개국은 기업결합을 승인해주는 방향으로 심사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양사간 최종 기업결합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 있다. 특히 EU와 중국의 기업결합 승인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EU는 기업결합 심사를 까다롭게 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EU는 지난해 캐나다 1, 3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샛의 합병을 반대해 자진철회하도록 했다. 또 스페인 1위 항공사 이베리아항공 등을 소유한 지주회사 IAG(International Airlines Group)가 스페인의 3위 항공사 에어유로파 인수도 퇴짜를 놨다.
최근 국내 사례도 발견된다. EU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제출한 대우조선해양 인수계획에 대해 지난달 중순 불허 결정을 내려 양사간 기업결합을 무산시킨 바 있다. 해당 사건은 이례적으로 2년 넘게 심사가 이어졌다. 그동안 심사 기간이 세 차례 연장되기도 했다. 그동안 고의적으로 판단을 미뤄온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의 경계도 만만치 않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국은 단일국가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18개 노선에서 경쟁제한성을 검토받고 있다. 더욱이 최근 한복의 원조를 둘러싼 갈등·중국 동계올림픽 편파 판정 등으로 양국간 관계가 심상치 않다. 최악의 경우 이번 중국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경쟁당국과 경쟁제한성 판단 및 시정방안 마련을 위해 지속적인 협의를 실시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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