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대북제재 위반 전력이 있는 북한 선박들이 광물을 취급하는 중국 산둥성 룽커우항에 일제히 나타났다. 제재 위반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대북제재 이행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북한 선박 금진강호는 18일(현지시각) 현재 룽커우항 안쪽 부근 부두에 정박해 있으며, 민흥과 금성, 태평, 고산호 등 4척은 인근에서 입항을 대기하는 중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북한 선박들이 대거 발견된 중국 룽커우항을 촬영한 위성사진. 2022.2.18 [사진=Maxar Technologies/Google Earth/VOA] |
이들은 모두 화물선으로 적재함에는 광물이나 곡류 등 포장되지 않은 화물, 즉 벌크 화물을 실을 수 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가 수출을 금지한 석탄을 운송할 때도 통상 이들 벌크 화물선을 이용하곤 했다.
룽커우항은 중국 산둥성의 대표적인 광물 취급 항구다. 특히 금진강호가 정박한 지점 바로 옆에 대형 석탄 야적장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도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VOA는 북한 선박들이 룽커우항에서 비료 등을 선적한 전례도 있는 만큼 룽커우항 입항을 곧바로 대북제재와 연결지을 순 없다면서도, 선박 5척 중 2척이 대북제재 위반에 연루된 전력이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 룽커우항에 머무는 태평호가 2020년 6월부터 8월 사이 여러 차례 중국 영해에서 발견됐으며, 주로 북한산 석탄 수출에 동원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패널은 당시 보고서에서 안보리 결의 2375호를 적용해 태평호를 제재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된 결의 2375호는 북한 선박이 공해상에서 다른 선박에 선적물을 건네거나 받는 행위, 일명 선박 간 환적을 금지했지만, 태평호가 중국 저우산 인근 해역에서 북한산 석탄을 중국 선박에 옮겨 실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패널은 이후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선 북한 선박 고산호의 선박 간 환적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태평호와 마찬가지로 고산호도 2020년 6월 저우산 인근 해역에서 석탄을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실었다며, 당시 고산호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고산호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의 특별지정제재대상(SDN), 즉 미국 정부의 독자제재 대상 선박이다. 고산호와 거래를 하거나 연료 등을 판매하는 회사 등이 미국의 2차 제재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마린트래픽 자료는 이처럼 과거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동원됐던 선박 2척이 현재 중국 룽커우항 입항을 앞둔 모습을 확인시켜 준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대북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제재 선박을 포함한 북한 선박들이 중국 근해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해 "유엔의 대북제재는 그대로 유지되며, 우리는 유엔에서의 외교와 북한 주변국과의 외교 등을 통해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사회가 북한에 도발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며 미국과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강력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 각국에 일치된 대북 압박 노력을 주문했다.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