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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타나 북한인권보고관 "대북전단, 접경지 영향 주면 살포제한 가능"

기사등록 : 2022-02-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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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등 남북 군사대립 접경지역 주민들 면담
"표현의 자유 문제된 유일한 부분은 처벌 조항"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한국을 방문중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UN)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19일 남북 접경지역을 찾아 "표현의 자유는 국가안보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서는 제한될 수 있다"며 "자신이 대북전단 행위를 표현의 자유로 지지한다고 알려진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날 오전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너머에 있는 강원도 철원 국경선평화학교에서 철원·연천·파주·김포·강화도 등 대북 전단 살포 발생지역 주민들의 증언을 듣고 이같이 말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7번째 한국을 방문한 퀸타나 보고관은 앞선 방한에서는 서울에만 머물렀으나 이번에는 남북 군사 대립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대북전단의 위험성과 불법성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주민들은 "탈북민 단체가 날리는 전단은 대부분 바다 쓰레기가 된다", "전쟁의 불안감에 시달렸다",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타인을 괴롭히고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법으로 제한돼야 한다"는 등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강화도 주민 서정훈 씨는 "일부 탈북민 단체가 날리는 대북전단은 대부분 바다에 떨어지고 쓰레기가 된다. 쌀을 넣어 보내는 물통은 북쪽으로 가지 않고 바다에 떠다니면서 쓰레기가 된다. 그들의 목적은 인권이 아니라 남북한 정부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고, 한반도의 평화를 방해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평화종교인들은 토마스 퀸타나에게 '평화의 서신'을 전달했다. 평화기도 목사들은 서신에서 토마스 퀸타나가 이번 한국방문 동안 주로 이념적으로 편향된 북한인권단체들의 의견을 듣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한국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것과 평화정책이 북한인권을 증진시키는 길임을 강조했다.

특히 대통령선거기간 중에 방문한 만큼 유엔의 국내 정치적 불간섭과 중립성을 지킬 것을 특별히 유념해 줄 것을 권고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 자리에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내 견해가 언론에서 아주 명확하게 보도되지 않은 것 같다"며 "세계인권선언에 따르면 특정한 자유는 제한을 받을 수 있고, 자유의 제한에는 조건이 따른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때, 둘째는 제삼자에게 영향을 줄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한 견해를 물었을 때 '정부에서는 살포를 제한할 수 있는 두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는 국가안보상 이유, 둘째는 여러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 이유'라고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제로 삼은 유일한 부분은 처벌과 관련된 조항"이라며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에 따르면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어 그 조항만 수정하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은 여러분들처럼 표현의 자유를, 외부와 접촉할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이고, 우리는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퀸타나 보고관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내용이 담긴 대북 전단 실물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전단을 통해서 외부 정보를 접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북한 주민들은 표현의 자유, 정보에 대한 자유를 전혀 존중받지 못하고 있고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접경지 주민대표 5명의 이야기를 차례로 들은 뒤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며 평화를 염원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추가로 들었다.

킨타나 보고관은 주민들의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하며 "아직 북한에서 방문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북한 주민들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철원평화전망대로 자리를 옮긴 그는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 북방한계선, 남·북 초소 등을 관측했다. 평화대화 시간을 가진 토마스 퀸타나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안내를 받으며 참가자들과 함께 철원평화전망대로 올라가서 비무장지대와 북한 땅을 지켜보며 남북한의 갈등현실을 이해하고 평화를 기원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날 오후에는 서울에서 북한 인권단체 물망초 사무실을 방문해 6·25전쟁 국군포로 피해자 3명을 면담했다. 피해자들은 북한에 억류돼 살아야 했던 삶을 증언하고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퀸타나 보고관이 다음달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보고서에 국군포로 내용을 구체적으로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자료상으로만 보던 국군포로분들을 직접 대면해서 만나고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그는 유엔 인권이사회 제출용 북한 인권보고서 작성을 위해 지난 15일 방한했다. 오는 23일까지 한국에서 자료를 수집한 퀸타나 보고관은 마지막 날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번 방한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진 후 귀국한다.

그는 앞서 지난 16일 최종문 외교부 2차관과 최영준 통일부 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인권 증진 방안과 북한 내 인도적 상황 및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 주요 인도주의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2016년 8월 임기를 개시한 퀸타나 보고관은 오는 8월 6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한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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