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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조기졸업' 두산…박정원 회장 '책임경영' 모범사례 썼다

기사등록 : 2022-02-2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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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돌입 직후 "대주주 포함 책임경영 약속"
인프라코어·솔루스 등 핵심 계열사 과감히 매각
사재출연으로 고통분담 적극적...2년만에 '완수'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책임경영'의 모범사례를 썼다.약 2년 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조기졸업하면서다. 그간 유동성 위기 극복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수조원에 달하는 혈세를 지원받으면서 정작 고통분담에는 소홀하다는 질타를 받아온 일부 그룹 총수들과 대비되는 행보라는 평가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두산]

◆그룹 위해서라면 핵심 계열사라도 매각...결단력 빛났다

박 회장은 지난 2016년 숙부인 박용만 전 회장의 후임으로 두산그룹의 실질적인 회장직을 맡아왔다. 당시 누적 손실이 쌓이던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에 대한 무리한 자금지원과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악화된다. 결국 박 회장 체제 아래 지난 2020년 초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계약을 체결, 혹독한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본격적인 구조조정 체제에 돌입하자 박 회장은 그룹 총수이자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약속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20년 6월 "경영정상화 및 사업구조 개편에 맞춰 자산매각을 추진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두산과 ㈜두산의 대주주들은 중공업 유상증자와 자본 확충에 참여해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직후 두산그룹은 유례없는 빠른 자구안 이행 속도로 주목을 받았다. 이전까지 무리한 계열사 지원으로 정상화 골든타임을 놓쳐왔던 행보와는 분명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핵심 계열사라도 그룹 미래를 위해 과감히 취사선택하는 박 회장의 결단력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붙기'였다는 두산건설 매각을 결정한 것도 박 회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두산인프라코어)와 미래성장동력(두산솔루스), 그룹의 상징(두산타워)까지 과감히 매각했다. 당시 두산인프라코어는 유일하게 두산그룹에서 큰 돈을 버는 핵심 계열사였고, 두산솔루스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를 생산하며 미래 가능성이 엿보였던 회사였다. 그룹의 심장과도 같았던 동대문 두산타워까지 말 그대로 돈이 되는 자산은 모두 팔았다.

그렇게 판 자산만 두산인프라코어(8500억원)를 비롯해 ▲동대문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두산 모트롤사업부(4530억원) ▲클럽모우CC(1850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등을 매각했다. 보유자산 매각 규모만 3조원에 이른다.

박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는 자산매각에 이어 지분매각 등으로 고통분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박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 13명은 지난 2020년 12월 두산퓨얼셀 지분 1276만3557주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했다. 대주주 일가가 책임경영 차원에서 사재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모두 6063억원 규모다. 앞서 지분에 묶인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10.09%의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타워 모습. [사진=뉴스핌DB]

◆오는 2024년까지 회장직 유지...박용만 떠나며 힘실어줘

두산그룹은 박두병 회장의 아들인 박용곤, 박용오, 박용성, 박용현, 박용만 회장이 차례로 회장직을 맡으며 '형제 경영' 체제를 이어 왔다. 2016년부터는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현 박정원 회장이 뒤를 이으며 4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 박정원 회장 체제에선 이후 형제 경영으로 이어갈지, 사촌 경영으로 이어갈지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박정원 회장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당분간 박 회장 체제가 공고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두산그룹에는 박 회장을 비롯해 다수의 4세 경영진들이 포진해 있다. 우선 박정원 회장의 동생인 박혜원 오리콤 부회장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이 있다. 박용성 전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 차남 박석원 ㈜두산 부사장, 박용현 전 회장의 장남 박태원, 차남 박형원 두산밥캣 부회장, 삼남 박인원 두산중공업 부사장 등이다.

지난해 11월 박용만 전 회장이 두 아들인 박서원, 박재원과 함께 두산그룹을 아예 떠나며 현 박정원 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용만 회장은 차남 박재원과 컨설팅업체를 차렸다.

박 회장은 지난해 3월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선임되며 임기를 오는 2024년 3월까지 연장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주주총회에서 박정원 회장이 재선임을 받으며 당분간 박정원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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