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면서 러시아에서도 국경을 빠져나가려는 엑소더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3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과 미국 폭스뉴스 등은 4일 러시아 연방평의회(상원) 임시회의가 소집되면 계엄령이 선포될 것이란 루머가 돌면서 수천 명이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임시회의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해외 병력 사용 요청이 승인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의 토대가 마련됐었다.
연방평의회는 4일 회의에서 서방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위기방지 대책을 공식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번 회의서 계엄령이 선포돼 국경 폐쇄와 군사 검열, 징집령 발령 등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고, 이번 주 안으로 러시아를 떠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가디언은 계엄령 선포 전망이 공식 확인된 내용은 아니며, 크렘린궁도 온라인상에 떠도는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점차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보이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상태를 감안하면 계엄령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주요 도시에서는 이미 엑소더스가 소규모로 시작된 상태라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러시아가 언론 탄압 수위도 높이면서 러시아 언론인은 물론 러시아에 파견된 외국 기자들도 서둘러 국경을 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주 초 러시아 공식 검열기구는 러시아 국내 뉴스 네트워크에 '신뢰할 수 있는' 출처만을 사용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채널이 정지될 수 있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후 도즈디(Dozhd) TV 등 독립 뉴스 네트워크 두 곳이 폐쇄됐고, 도즈디 편집장 티콘 지야드코는 2일 텔레그램에 목숨의 위협을 느껴 러시아를 떠난다는 글을 올렸다.
가디언지는 러시아 친정부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에 나선 자들을 징집해 돈바스 특별 군사 작전에 투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고,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는 러시아 군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뜨리면 15년형에 처한다는 내용의 별도 법안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Bellingcat) 소속 기자 케빈 로스록은 트위터를 올려 "해당 법안이 의회에 제출된 것이 맞다"고 밝혔다.
미국 디지털매체 바이스(Vice) 러시아 특파원 알렉 룬은 소셜미디어 포스팅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국경으로 향하는 중"이라면서 "(러시아를 떠나는) 비행기 티켓은 거의 매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에 갇혀 체포되거나 징집대상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들이 다시 러시아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