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러시아의 국가 부도(디폴트) 가능성이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금회수에 비상이 걸렸다. 계약규모가 큰 조선업계와 대금 문제 발생시 기업의 존폐 기로에 서게되는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외신등에 따르면 JP모간은 지난 6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오는 16일 7억달러(약 8522억) 상당의 러시아 국채 상환일이 다가오고 있다며 달러가 바닥난 러시아가 결국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러시아에 대해 디폴트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을 'Ca'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러시아 채무 상환 의지와 능력이 심각히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 조선업계 때아닌 날벼락…선박 수주액 고스란히 날릴판
시장에서는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6432억 달러(세계 4위)로, 대외 부채(400억 달러)를 크게 웃돌지만 대부분 자산이 동결돼 있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봤다. 더욱이 러시아는 지난 1998년에도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기도 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조선 빅3'로 불리는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러시아와 맺은 선박 계약 규모는 8조원에 육박한다. 조선업계는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선박 대금 회수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한국조선해양] |
통상 조선 수주의 경우 공정 단계마다 일부 대금을 받고, 건조를 마치고 선박을 인도할 때 나머지 대금을 발주사가 조선사에 지불하는 구조다.
선수금을 받은 후 각 건조 단계에 따라 대금을 받아온 만큼 당장 한두달 내 받아야하는 대금은 없다는 게 조선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업계에선 최악의 경우로 건조를 마치고도 선박 관련 대금을 받지 못해 인도가 취소되고, 이 선박들이 악성 재고로 남는 상황을 꼽는다.
◆ 자금력 미약한 중소기업도 존폐 위기…정부 긴급금융지원 '수혈'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과 달리 대금 미지급 사태를 버텨낼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존폐의 위기를 맞게 됐다.
무역협회에 접수된 우크라이나 사태 피해접수 건수만 346건 256개사에 달한다. 이중 절반 이상인 193건(55.8%)이 대금결제 차질을 호소했다. 중소기업벤처부에 접수된 피해사례 44건 중 70%는 대금 미회수건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러시아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27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대러시아 수출 규모는 99억8300만달러(약 12조원)의 20% 수준이다. 전체 중소기업 수출에서의 비중은 2.8%다. 중소기업 수출액으로는 10위 국가다.
이에 정부는 수출입기업과 현지기업을 대상으로 유동성 확대, 수출 거래선 다변화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2조원 규모 긴급금융지원 프로그램의 지원대상·요건과 내용을 구체화해 피해발생 즉시 시행할 예정이다.
무보는 선적전 수출신용보증 보증한도 무감액 연장, 단기수출보험 보험금을 신속 지급하는 한편 국외기업 신용조사 수수료 최대 5건 면제, 수출입·법무·회계 등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 제공 등 수출거래선 다변화를 지원한다.
또한 중기부는 수출기업에 2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통한 융자 제공, 특례보증 신설·우대, 기존 융자·보증에 대한 만기연장 등을 지원한다. 대상은 지난해 기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수출비중이 30% 이상인 1800여개사로 기업당 최대 10억원이 지원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러 현지 공관과 무역관에서는 현지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신속히 파악하고 있다"며 "산업부 실물경제대책본부 등을 중심으로 관련 기관과 함께 대응책 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fedor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