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사회

[르포] 건물도 '문화재'...100년 세월 담은 '용산역사박물관'

기사등록 : 2022-03-22 06:00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오는 23일 개관, 유물 4000여점 전시
문화재인 용산철도병원을 리모델링해 만든 박물관
고려부터 근대까지의 용산이 겹쳐있는 미디어아트
얼음들기 체험과 철도병원의 옛 모습 엿보는 공간

[서울=뉴스핌] 채명준 인턴기자 = "사람으로 치면 100살이 넘은 용산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 정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용산역사박물관 개관을 통해 다사다난했던 용산의 역사를 정리코자 합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21일 진행된 용산역사박물관(용산박물관) 개관 기념 프레스투어에서 박물관이 문을 열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특히 용산 내 여러 박물관과 사적지 및 독립운동 역사와 시너지를 통해 용산을 역사 관광의 명소로 만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울=뉴스핌] 채명준 인턴기자 = 용산역사박물관 프레스투어에서 브리핑 중인 성장현 용산구청장2022.03.21 mrnobody@newspim.com

용산박물관은 사실상 건물 그 자체로도 문화재이다. 일제강점기 철도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를 치료하기 위해 1928년 만들어진 '용산철도병원'을 리모델링했기 때문이다. 오래된 빨간 벽돌이 붙어 있는 기둥, 타일로 둘러싸인 수술실 등 건물 전생의 흔적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오는 23일 개관하는 용산박물관은 지상 2층, 연면적 2275㎡로 동시에 49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박물관 내에는 개인 및 단체의 기부, 또는 지자체 직접 구입을 통해 얻은 4000여점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 고려시대부터 근대까지 용산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1층

박물관은 고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발전해 온 용산의 천 가지 얼굴을 보여준다. 관람동선은 기본적으로 시대순으로 구성돼 있었다.

관람로에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 나를 반기는 것은 고려사부터 해방 전까지 용산이 겹쳐져 있는 '천의 얼굴 용산'이라는 이름의 미디어아트였다. 과거부터 근대까지의 모습이 엉켜있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용산이 겪은 세월과 변화를 느끼게 만든다.

[서울=뉴스핌] 채명준 인턴기자 = 용산역사박물관 조선시대 용산 입체지도 2022.03.21 mrnobody@newspim.com

시각이나 청각으로 역사를 간접 경험하는 것을 넘어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바로 조선시대 거상인 경강상인들이 독점하고 있던 얼음 운송을 체험하는 것이다. 얼음의 무게가 무려 15~20kg 가량으로 성인 남성이 드는 데 애를 먹었다. 과거 상인들이 겪었을 고됨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음 방에 들어서자 한양의 길목이었던 용산의 주요지점과 장소를 소개하는 입체적 지도가 있었다. 지도 위에는 디지털 그래픽으로 구현된 용이 떠 있어 마치 용이 용산을 수호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해 관람에 한층 재미를 더했다.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이 줄곧 주둔해온 용산의 모습을 보여주는 당시 해방촌의 모습과 사진, 기지촌 여성들의 아픈 과거를 담은 선정적인 포스터가 전시된 방을 지나자 투명한 유리바닥 아래 오래된 철로가 보인다. 과거 용산역을 드나드는 수많은 기차를 온몸으로 받아냈을 철로다.

철로를 중심으로 전시된 과거 용산역의 사진, 좌석 등을 통해 과거 용산역의 모습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다.

[서울=뉴스핌] 채명준 인턴기자 = 용산역사박물관 용산역 전시관 철로 모습 2022.03.21 mrnobody@newspim.com

전시관 가운데에는 과거 철도병원의 모형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에는 일본에서 건물을 지을 때 일시, 건축주명, 설계자 등을 기록하는 나무판자인 '동찰'이 전시돼 있다. 본관 산부인과 과장실 천장에서 발견된 이 동찰은 앞면에 일본의 태양신을 비롯한 여러 신들에게 안전한 공사를 기원하는 내용이 적혀져 있다고 한다.

1층의 종착점에 이르렀을 때 이전 다른 전시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시관 내 유일하게 타일로 바닥부터 벽까지 도배된 방이었는데 바로 용산철도병원의 흔적이다. 94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을 대변하듯 타일은 여기저기 깨지고 부분부분 색이 바래있었다.

◆ 철도병원 기획전시 관람 이후 쉬어가는 옥상 테라스로 마무리

마침내 2층에 올라가자 세계와 어우러져 있는 용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용산구 지도 위 오른쪽 지점에 무려 51개 국가의 국기들이 여기저기 조밀하게 위치해 있었는데, 바로 주한외국대사관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이어지는 기획전시실(특별전)에 들어서자 갖가지 의료 기구들이 유리관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 철도병원에서 사용됐던 물건으로 현미경, 청진기, 주사기 등 각종 의료장비부터 당시 먹었던 내복약까지, 그때 당시도 지금과 비슷한 의료 도구를 사용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서울=뉴스핌] 채명준 인턴기자 = 용산역사박물관 테라스 전경 2022.03.21 mrnobody@newspim.com

모든 전시관을 둘러본 후 옥상으로 올라가니 탁 트인 하늘을 지붕 삼은 아담한 테라스가 나타났다. 작은 숲처럼 꾸며놓은 테라스엔 유구한 용산의 역사를 둘러보느라 지친 심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안락한 초록색 의자와, 가족 혹은 연인과 목을 축이며 박물관 감상을 나눌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박물관 투어의 마지막 코스로는 안성맞춤이다.

이날 박물관 투어를 이끌었던 성 구청장은 "용산의 역사를 정리하는 여정의 마침표인 용산역사박물관을 마지막 임기 내에 완성해 기쁘다"라며 "이는 앞으로 용산이 세계적인 역사문화 도시로 도약하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Mrnobody@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