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사상 최초로 전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부동산 보유세 과표로 책정한데 대해 국민들의 혼란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만 올해 부동산 보유세 과표를 전년도(2021년) 공시가격을 책정해 전년 세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췄다. 하지만 1주택자보다 훨씬 많은 2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법인에 대해서는 올해 공시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는데다 보유세를 제외한 나머지 행정에는 새로 공표된 공시가격을 사용할 예정이라 국민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실제적인 종부세 완화효과는 크지 않아 '눈 가리고 아옹'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결국 대선 과정에서 정치적 목적에 따른 '당근책'이란 비판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실패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날 발표한 1주택자 부동산 보유세 과표에 대한 지난해 공시가격 적용 방안에 대해 국민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마철현 세무사는 "부동산 과세의 기본 원칙이라할 수 있는 공시가격을 전년도 것을 쓴다는 발상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원칙을 건드리지 않고 세부담 상한선이나 공정시장가액 등을 조정해 세금을 낮췄어야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은 이날 경제부총리 주관으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 회의에서 이같은 재산세·종부세 완화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12월23일 표준지·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공표 당시 밝힌 1주택자 보유세 완화를 위한 대책으로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 추가 부담 방지 방안을 약속한바 있다.
이번 대책에 따라 보유세의 전반적인 부담은 올해 한시적으로 전년과 유사하게 유지된다. 이 가운데 건보료 혜택에도 영향 없도록 했으며 종부세 경우 1가구 1주택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서는 납부유예제도를 도입했다.
◆ "전년 공시가 적용, 원칙 파괴...다주택자 세금 폭탄으로 정부 손실 최소화"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부동산 보유세를 비롯해 총 67개 행정사무에 사용된다. 이번에 전년도 공시가격이 과표로 적용되는 분야는 1가구 1주택자가 내야하는 재산세와 종부세, 건강보험료 등이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법인이 내는 보유세에 대해서는 올해(2022년) 공시가격이 그대로 적용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2.03.23 kilroy023@newspim.com |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개정안은 의원 발의로 국회 심의를 받는다. 정부는 재산세가 고지 되기 앞서 상반기 안에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사상 유례없는 정부의 전년도 공시가격 적용 방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가 부동산 가치 평가의 척도인 공시가격을 전년도 것으로 사용하는 데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우선 제도의 예측가능성이 사라져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키워줄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번 완화 방침은 올해만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행 종부세법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내년 이후에도 전년 공시가격을 쓸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정책 신뢰성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마철현 세무사는 "법과 제도는 예측이 가능해야한다"면서 "원칙 중의 원칙인 공시가격을 전년도 것을 그것도 한시적으로 쓴다는 것 자체가 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실제 세금 완화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2021년) 종부세 세수(稅收)는 전체 과세 대상 95만건에 대해 약 5조6789억원이다. 이중 공시가 11억원 이상인 1주택자가 내는 것은 약 2295억원이었으며 2주택자는 5009억원, 3주택 이상은 2628억원 그리고 나머지는 법인이 낸 세금이다.
이번 보유세 완화 방안에 따라 1주택자는 지난해 수준과 동일한 세금을 내지만 올해 공시가격을 과표로 적용받는 다주택자는 20% 가까이 높아진 보유세를 내야할 판국이다. 개인 종부세 과세 대상 가운데 1주택자는 약 14만5000명이며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21만4000명으로 2대3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번 방안에서 '종부세 동결'의 혜택을 받는 계층은 전체의 15%에 해당하는 14만5000명인 셈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손실'은 미미한 상황. 이 때문에 '눈 가리고 아옹'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주택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낮춰준다는 것은 미리 알렸던 만큼 다주택자에 대해 징벌적 세금이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실제적인 세금 완화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2년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낮출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결국 정부는 지난해 수준으로 맞춰 '정부 손실'을 최소화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완화방안은 대선을 앞둔 정치적 목표가 있지 않았나 싶으며 그것이 아니라면 문 정부의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도한 세금 부과의 실패를 자인한 꼴"이라고 말했다.
◆ 정부 "특례일 뿐...법·원칙 위배 아냐"...공시가 현실화, 새정부 소관"
이같은 비판에 대해 정부는 말을 아꼈다. 무엇보다 전년 공시가격의 보유세 과표 설정은 흔한 조세특례제한 행정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조세특례제한법을 활용해 법에 명시된 세금을 깎아주는 행정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며 "이번 전년 공시가격 과표 설정은 최근 2년간 급격히 집값이 오름에 따라 힘들어진 1주택자들에게 혜택을 준 특례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전년 공시가격 과표설정은 올해 연말에 일몰 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올 연말 일몰되는 것으로 확정됐다"며 "원칙적으로 올해 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지만 연장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 여당으로 인해 종부세 제도가 급격히 바뀌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이번 조세특례제한법이 연장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1주택자 보유세만 지난해 수준으로 맞췄으며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여전히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도 어쩔수 없었던 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방안의 대상이 1주택자였던 만큼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완화는 없었다"며 "이들은 정부의 정책대상이 아닌 만큼 이번에는 배려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화'를 이유로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공시가격 인상률이 떨어질 가능성은 나온다. 정부는 지난 2020년 11월 부동산 공시가격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3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에 공시가격을 책정한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후 '현실화율'은 한차례 늦춰져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은 각각 2030년, 2035년까지 90% 현실화율을 맞춘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집값 급등의 여파로 공시가격 상승폭이 덩달아 커지면서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목표치 자체를 낮출 것인지 시기를 늦출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서 로드맵 발표 때 3년에 걸쳐 계획을 재점검하겠다고 했는데 올해로 3년을 맞이하는 시점"이라며 "인수위에서도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가격이 오른 주택시장 상황 등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현실화'는 새 정부 방침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 관계자는 "공시가격 현실화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이었던 만큼 새 정권이 들어서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내년 종부세 환경은 크게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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