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명준 인턴기자 = 오미크론 확산세로 유례없는 화장시설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시가 정부의 인력충원안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숙달된 전문가가 필요한 업무 특성상 외부인력이 투입되면 오히려 현장혼선이 발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추가수당 등을 통해 현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노조와 협의를 마쳤다. 사망자 발생 추이를 감안하면 이번 위기는 극복할 수 있겠지만 추후 유사한 사태에 대비해 근본적인 시스템 마련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인력충원안에 서울시 "현장혼선 불가피"
30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산하 화장시설인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은 보건복지부 측에 임시 인력 충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보유한 인력만으로 폭증한 화장 수요를 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자료=서울시]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장례문화진흥원 화장시설 기간제 근로자 구인공고 |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화장시설 확대운영에 따른 인력 부족 및 노동자 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5일 임시 인력충원 공고를 냈다. 전국 화장시설을 대상으로 오직 '기간제 노동자만'을 모집하는 대규모 구인공고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통해 모집된 인원의 거주지를 고려해 이들을 각 화장시설에 중개한다. 그리고 각 화장시설은 중개 받은 인원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해 화장수요를 소화하고 노동자 과로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비상체계가 가동 중인 승화원과 추모공원의 노동 강도는 평상시보다 월등히 격상된 상황이다.
화장대란 이전 시설의 운영시간은 보통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였지만, 화장대란 이후 확대운영이 결정되며 업무 종료 시간이 오후 12시까지 연장됐다. 평소보다 7시간 더 일해야 하는 것이다.
화장로 가동 횟수도 대폭 늘렸다. 승화원과 추모공원을 합쳐 평소 일 평균 135건이었던 화장 횟수를, 비상체계 가동 이후 총 232건으로 약 70% 확대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서울시설공단 노조와 협의해 인력충원 대신 '탄력운용' 결정
시는 노조와의 협의 결과, 4월 말까지는 인력 충원이 아닌 인력의 '탄력 운용'을 통해 시설을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감염병과 계절적 이유로 인한 일시적 수요 증가라는 시의 판단과, 추가인력 투입 실효성에 회의를 느끼는 노조 간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확대된 노동시간과 업무를 소화하기 위해 시설 노동자들은 근무 시간을 기존 주 52시간에서 주 64시간으로 늘려 매주 12 시간의 초과근무를 수행한다. 또한 비상체계 기간 동안은 유동적인 근무 스케줄도 감수해야 한다.
한편, 초과근무분에 대해선 공무원 조례에 따라 직급별로 차등적인 수당이 지급된다.
서울시설공단 노동조합 관계자는 "기간제 인력을 선발하더라도 선발부터 투입까지 2개월여의 시간이 걸리며, 함께 호흡을 맞추기까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인력 충원을 하지 않기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화장대란이 단기간에 끝날 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 앞으로 비슷한 감염병 사태가 또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서울시의 화장시설 운영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조 관계자는 "4월말 이후의 운영에 대해선 아직 서울시와 이야기하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Mrnobod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