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대검찰청에 이어 법무부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 공약에 공감하면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임기 말 입지가 대폭 줄어든 모양새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는 전날인 29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법무부 업무보고를 마친 뒤 "큰 틀에서 법무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위한 법령 제·개정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그간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 폐지'를 골자로 한 윤 당선인의 검찰 공약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지만 이와 달리 법무부 실무진들은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03.29 yooksa@newspim.com |
◆文 정부 검찰개혁 '마무리 투수' 朴…尹 총장 시절부터 대립각
앞서 박 장관은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마무리 투수'를 자처하며 지난해 1월 제68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검찰개혁 기조는 단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었다.
박 장관은 윤 당선인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한때 "윤석열 형"이라고 부르며 친근한 관계로 알려졌지만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거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들이 공식 석상에서 처음 대립한 것은 2020년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 때다.
박 장관은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당선인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원전 수사를 놓고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몰아세웠고, 윤 당선인이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니냐"며 "과거에는 저에게 안 그러지 않았느냐"고 맞받아친 일화는 유명하다.
박 장관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윤 당선인과의 사적 친분에 선을 그었다. 전임 장관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당선인과 수사지휘권 및 검찰 인사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벌이다 물러난 뒤였다.
이후 박 장관은 검찰 직접수사 축소,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모해위증 의혹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 및 합동감찰,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옛 수사정보정책관실) 해체 등 문재인 정권 검찰개혁을 충실히 이행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 장관과 윤 당선인의 갈등은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며 '검찰권 복원'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 공약을 내걸면서 다시 두면 위로 올라왔다.
윤 당선인의 사법 공약에는 수사지휘권 폐지 외에도 검찰에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입법 개정에 시간이 걸릴 경우 훈령을 개정해서라도 공약을 현실화시키겠다는 것이 윤 당선인의 방침이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3.22 photo@newspim.com |
◆인수위 업무보고 둘러싸고 갈등 재점화…임기 말 수세 몰린듯
예상대로 법무부 업무보고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초 업무보고는 지난 24일 법무부가 대검찰청의 의견을 사전 취합해 함께 보고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사지휘권 폐지를 놓고 의견차가 예상되자 인수위는 일정을 따로 잡으며 법무부와 신경전을 이어갔다.
급기야 법무부 일정은 업무보고 당일 전격 취소됐다. 7일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택치료를 마치고 일선에 복귀한 박 장관이 23일 공개적으로 윤 당선인 공약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다.
인수위 반응에 법무부도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법무부 내부에선 추 전 장관과 윤 전 총장의 갈등 국면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권 말 박 장관과 호흡을 맞춰온 김오수 검찰총장은 인수위 측 공약 이행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며 윤 당선인의 검찰 개편 구상에 발을 맞추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박 장관은 결국 25일 "업무보고를 들어봐 달라"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박 장관은 "저는 이제 갈 사람"이라며 "새 정부에 도움이 될 좋은 내용들이 많이 있다. 의견을 달리 하더라도 들어보시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지적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법무부 업무보고는 29일 다시 진행됐고, 법무부 역시 윤 당선인 공약에 대해 "큰 틀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일각에선 법무부 실무진들이 인수위와의 직접 충돌을 피하기 위해 박 장관과 적당한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저야 5월 9일이면 갈 사람이지만 실국장들은 남을 사람들이니까 이 사람들이 처한 어려움을 십분 이해한다"며 "(그간) 제 생각이 일관됐다면 실국장의 입장도 큰 변화가 있지 않았겠지만 업무보고 시간이 한 시간에서 두 시간 늘어나면서 상황상의 현실을 직면하게 됐다고 봐야 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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