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와 연방준비제도(연준) 긴축 등 녹록지 않은 여건이 펼쳐지는 가운데, 월가 유명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 동남아시아가 인기 투자처로 급부상 중이다.
4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은 동남아 증시를 최고의 투자처로 지목했고,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 증시가 톱픽에 꼽혔다.
티모시 모에 골드만 수석 아시아태평양 주식 전략가는 동남아 증시가 그간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10년 동안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밖에 났었다면서, 이제는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 주식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2.04.05 kwonjiun@newspim.com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동남아시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가 안 돼 지정학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데스몬드 로 JP모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정학 리스크 고조는 상품가격 상승이라는 단기 훈풍이 돼 상품 수출에 의존하는 아세안 국가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이 특히 주목한 것은 인도네시아 증시 중에서도 은행 및 원자재 관련 업종이다.
로는 인도네시아 인구 중 예금을 하지 않거나 예금 액수가 적은 사람들이 대다수여서 은행 부문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JP모간은 인도네시아 주요 민간 은행부문과 국영은행에 투자 포지션을 갖고 있으며, 이들이 디지털 금융 도입을 적극 추진해 금융 침투(financial penetration)를 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상품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 점도 인도네시아의 무역수지와 수출 수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단기 성장 전망은 물론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도 지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교전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상품 가격 불안이 대부분의 경제에 리스크가 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JP모간과 모간스탠리가 주목한 또 다른 동남아 시장은 베트남과 싱가포르다.
로는 경제적 탄력성이나 성장 측면에서 베트남은 지난 몇 년 동안 "스타 퍼포머였다"면서,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모두 경제 및 성장 모멘텀이 개선 중이며, 지수 내 비중이 높은 은행 부문이 통화 긴축 및 금리 인상 시기에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점에서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또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지수에 편입될 디지털 경제 기업들의 부상도 눈여겨 볼 것을 권고했다.
이들 IB들은 연준이 지난 3월 금리 인상을 개시하고 앞으로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지만, 지난 2013년처럼 동남아 신흥국 통화가치가 절하되고 자금이 유출되는 '테이퍼 텐트럼'이 이번에 재연될 확률은 낮다고 평가했다.
과거에 비해 국제수지와 경제 체질이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의 기대처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증시는 올해 들어 7% 넘게 오르고,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STI) 지수는 9% 넘게, 베트남 VN지수는 1% 정도 상승 중이다.
같은 기간 일본 제외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6% 하락했고, 미국 S&P500지수도 4.6%, 유럽 스톡스600지수도 6% 정도 각각 밀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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