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 쌍용자동차 인수전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KG그룹이 사모펀드와 손잡고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면서다.
앞서 쌍방울그룹이 인수 참여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지난달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기존 우선협상대상자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혀 경쟁 양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관건은 자금력이다. 쌍용차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데다 경영 정상화까지 1조원 이상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자금력을 가졌는지 입증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입구 아치[사진=쌍용자동차] |
◆ KG그룹, 쌍용차 인수 위해 "자금 최소 1.5조원 필요"…'문어발식' 투자 우려도
7일 업계에 따르면 KG그룹은 쌍용차 매각 주관사 EY한영회계법인에 인수 참여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동부제철 인수 당시 손을 잡았던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KG그룹은 지금까지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들 가운데서는 자금력 측면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평가받는다. 그룹의 지주사 격인 KG케미칼은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3600억원을 갖고 있다.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조9315억원, 4671억원에 달한다.
계열사 KG ETS를 통해 사모펀드에 매각한 폐기물사업부 등의 매각대금 5000억원도 하반기에 확보한다. 동부제철(현 KG동부제철) 인수 파트너였던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재무적 투자자(FI)로 다시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도 인수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완성차 기업과의 시너지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KG스틸 등 철강 매출은 3조3157억원에 달한다. 철강 고객의 대부분이 건축, 가전이고 자동차 부품 등의 매출 비중은 미미하지만 완성차가 계열사로 들어오면 관련 거래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에 부품을 납품해 온 KG케미칼과 KG스틸은 쌍용차 채권단에도 속해 있다.
앞서 동부제철 인수로 기업규모를 키운 KG그룹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KG그룹은 국내 최초 비료회사인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을 시작점으로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을 키워왔다. 자회사로는 이니시스, KFC코리아, 동부제철(현 KG스틸)과 경제지 이데일리를 두고 있으며 화학, 프랜차이즈업, 철강업 등으로 사업군을 넓혀나간다는 구상이지만 언론 매체 추가 인수 등 잡식성 여러 업종에 진출한 터라 '문어발식' 투자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쌍용차 인수를 위해서는 약 1조5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동부제철 인수에 3600억원이 투입된 데 비하면 3배 이상 덩치가 큰 딜이다. 쌍용차가 주인이 수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기업 역량이 떨어진 데다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소로 꼽힌다.
KG그룹 관계자는 "인수 검토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쌍용차 인수시 지배구조를 어떻게 만들지는 구상 단계라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평택 본사. [사진=쌍용차] |
◆ 쌍방울 인수 능력은 의문...이엔플러스 인수 무산 "자금 마련 실패"
이미 쌍용차 인수전 참가 의사를 밝힌 쌍방울 등 기업들도 쌍용차를 인수하기에는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엔플러스는 지난 7일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그간 인수자금 마련 능력을 의심받아온 에디슨모터스가 시한 내에 2700억여원의 인수 대금을 납입하지 못해서다. 2차전지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이엔플러스의 연 매출은 500억원 안팎으로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50억원에 불과했다.
쌍방울은 상장 계열사 '광림'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광림은 지난 6일 KB증권, 유진투자증권을 통해 쌍용차 4500억원의 인수자금 조달 준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의 주축이 될 광림은 지난해 매출액 1884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의 실적을 냈다. 광림을 비롯해 나노스, 비비안, 인피니엔티, 아이오케이 등 쌍방울그룹의 7개 상장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 총합은 6321억원으로 매출 2조원에 달하는 쌍용차를 인수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받아야 해 자금력 측면에서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쌍방울은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서 뛰어들었다가도 연매출 400억원대 기업 '성정'에 밀린 바 있다. 쌍방울 관계자는 "계열회사 광림을 통해 쌍용차 인수를 위한 안정적인 자금 조달 창구를 확보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인수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인수 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에디슨모터스가 소송전에 이어 컨소시엄 재구성을 통한 재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 4일 대법원에 회생계획안 배제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를 제기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서울중앙지법에 인수합병(M&A) 투자계약 해지에 대한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도 냈다.
에디슨모터스는 자동차 조명업체 금호에이치티와 컨소시엄을 다시 구성해 쌍용차 인수에 다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최근 금호에이치티에 컨소시엄 참여 제안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에이치티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339억8500만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747억원에 불과하다.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 측 역시 에디슨모터스보다 재무 여력을 갖춘 인수 후보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계약 체결 당시 약속했던 운영자금 500억원 가운데 300억원만 지급했고, 200억원을 지급하지 못해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않자 쌍용차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쌍용차의 회생계획안 인가 종료 시점은 10월 15일이다. 쌍용자동차에 주어진 회생계획안 법정인가 시한이 약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수금액은 우선협상자 선정 기준에서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오는 10월 15일까지 최종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아야 한다"며 "인수의향을 갖고 있는 회사가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바로 동원해야하며 향후에는 2~3조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수 추진의지를 보이고 있는 기업들이 확실한 의지와 자금력을 가졌는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쌍용차 자체도 미래성장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이 인수 추진 과정에서 언제든지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shj10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