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공채 발행, 연금충당부채 등 비확정 부채 등 증가에 따른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5년간 늘어난 국가부채는 640조원에 달한다. 매년 130조 가량 꾸준히 증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 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 증가 등 대내외 여건을 감안해도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을 우려한다.
◆ 작년 말 국가부채 2196조4000억…사상 첫 2000조 돌파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일 발표한 '2021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서 지난해 국가부채가 전년대비 214조7000억원(10.8%) 증가한 2196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기재부는 "코로나 위기극복 재원 마련을 위한 국공채 발행, 비확정부채 증가로 국가부채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2021년 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기획재정부] 2022.04.07 jsh@newspim.com |
재무제표상 국가부채는 '확정부채'와 '비확정부채'로 나뉜다. 국공채, 차입금 등 상환 일정이 정해져 지급시기·금액이 확정된 부채를 확정부채로, 미래에 지급해야 할 공무원·군인 연금 등 연금충당부채를 비확정부채로 부른다. 한 마디로 국가부채는 중앙·지방정부가 시기를 정해놓고 갚아야 할 현금성 채무와 공무원과 군인 등에게 향후 지급해야 할 연금을 현재의 가치로 환산한 금액을 합한 것이다.
지난해 국가부채 중 확정부채는 818조2000억원, 비확정부채는 1378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00조6000억원, 114조1000억원 늘었다. 확정부채의 급격한 증가는 지난해 코로나 대응을 위한 두 차례 추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49조8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 원인이 크다. 여기에 주택거래 증가 등에 따른 국민주택채권(3조3000억원),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외평채(1조7000억원) 증가도 기여했다.
또 비확정부채가 크게 늘어난데는 공무원·군인연금 현재 가치액 증가(공무원 연금 74조8000억원, 군인연금 18조7000억원), 주택도시기금 청약저축 예수금 증가(12조9000억원)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문재인 정부 5년간 공무원이 14만명 가량 늘면서 이들에게 돌려줘야 할 공무원 연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가부채 가운데 정부가 특정 시점까지 꼭 갚아야 하는 빚으로 중앙·지방정부가 정책적으로 통제·관리하는 지표인 국가채무(D1, 확정부채+국민연금기금 등 국가기관이 보유한 국·공채) 역시 1년새 120조6000억원(14%) 늘어난 96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120조원을 웃돌았다.
◆ 5년간 국가부채 640조 급증…전문가 "증가 속도 너무 빠르다" 우려
문제는 국가부채 및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먼저 국가부채는 최근 5년간 640조원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555조8000억원 수준이던 국가부채가 5년만에 2200조원까지 치솟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늘어난 국가부채는 전체 국가부채의 30%에 육박한다.
더욱이 지난해 기준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2057조4478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GDP는 한국 경제가 한 해 생산한 상품·서비스 총합을 말한다. 국가부채가 GDP보다 많다는 것은 한마디로 정부가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부채는 이미 지난 2020년 국내총생산을 넘어선 바 있다. 최근 2년간 국가 재정상황이 크게 악화된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020년 초반 코로나 발생 이후 지금껏 7차례 추경을 단행하면서 최근 2년간 국가부채가 많이 늘긴 했다"면서 "다만 코로나라는 재난 상황에 따라 정부가 일시적 재정지원을 늘린 영향이지 이 외에 지출이 크게 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코로나 발생 이후 1~7차 코로나 추경을 진행하면서 65조4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했다. 차수별 적자국채 발행액은 ▲1차 10조4000억원 ▲2차 3조4000억원 ▲3차 22조9000억원 ▲4차 7조5000억원 ▲5차 9조9000억원 ▲6차 적자국채 발행 안함 ▲7차 11조3000억원 등이다.
원리금 상환 지급시기 및 규모가 확정돼 있어 실제 '나라빚'을 의미하는 국가채무도 1년 만에 120조6000억원 늘었다. 이 역시 중앙정부가 지난해 추경 등에 따른 국고채 발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앙정부 국채 발행액은 937조원으로 1년 전보다 121조8000억원 늘었다. 그나마 차입금 등이 1조9000억원 줄면서 실제 늘어난 중앙정부 채무는 120조원 규모다.
문재인 정부 5년간으로 확대해봐도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2017년 말 660조2000억원에 불과했던 국가채무는 불과 5년만에 300조원 이상 늘었다. 연말까지 400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전체 국가채무의 40% 가까이가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것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연내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작년 기준 국가채무 비율은 4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020년~2021년 2년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0%p 가량 급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재정점검보고서에서 5년뒤인 2026년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66.7%까지 올라 35개 선진국 중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재정당국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정부의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가 공약한 50조 추경을 관철시킬 경우 국가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50조원 추경이 실현된다고 하면 이중 최소 절반 이상을 적자국채로 발행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국가채무 증가는 물론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게 되면 재정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부담을 준다"면서 "과거에는 후대 세대의 문제로 치부됐는데 지금 국가채무 증가속도로는 당장 우리 세대에 위기가 봉착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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