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정부가 배달업계 실태조사에 나섰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영업자 부담, 종사자 처우, 교통안전 등 각종 사회문제의 중심에 선 배달업계 현황을 점검하고 정책적 대안을 찾기 위해서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산재보험 전속성 기준 폐지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식당에서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플랫폼을 거쳐 배달기사에 지급되는 배달비 지급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안전배달료 도입과 기사 배치 알고리즘 공개는 실현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부실한 배달업 통계 구체화 후 정책 반영…급성장한 시장 부작용 해소 시급
29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5일 '선진적 배달업 육성·고도화를 위한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배달업은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과속, 인도 통행 등 배달기사의 교통법규 위반으로 사고가 크게 늘고 있는 데다 위험한 노동에 노출된 배달기사를 위한 보호장치도 부실하다. 온라인 배달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자영업자, 소비자 부담이 커진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온라인 배달업과 관련된 통계는 부실하다. 자율업에 해당돼 구체적인 현황 파악이 어렵다는 한계 때문이다. 통계청이 매달 작성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는 표본 규모가 3만2000가구로 작아 배달업을 특정해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배달기사 수는 6개월마다 나오는 지역별고용조사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고용자 수를 통계로 신속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역별고용조사가 전업이 아닌 배달원을 포함하지 않는 것도 한계다.
이에 국토부는 배달업계와 관련된 기초 통계자료를 수집해 업계를 자세히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업체·계약형태 등 배달기사 수를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운영형태별 배달플랫폼업체 수, 지역 배달대행업체 수를 확인할 예정이다. 종사자 세부현황(연령 분포, 소득, 근로시간, 배달 건수, 운행거리·시간), 보험 가입 현황 등도 파악한다.
배달업계 시장규모는 거래액 기준 2018년 5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25조7000억원으로 3년 만에 5배 가까이 성장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19년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시장이 커지며 10조원을 훌쩍뛰어넘었고 지난해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오토바이 사고는 2019년 1만8785건, 2020년 2만1258건, 작년 2만598건으로 증가세다.
◆ 업계 전반 거래구조 파악 관심, 배달비 지급문제 해결 관건…안전배달료는 신중
또 다른 핵심 과제는 배달업계 전반의 계약구조를 파악하는 것이다. 배민 등 플랫폼업체부터 바로고, 부릉, 생각대로 등 배달대행업체, 종사자, 음식점, 소비자로 이어지는 거래 과정을 분석하고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본다.
업계 내 거래구조 파악 결과에 따라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배달비 지급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배민1, 쿠팡이츠 등 단건배달을 수행하는 플랫폼업체들은 식당에 배달비 6000원을 일괄 청구하면서 배달비를 전부 배달기사 비용 지급에 쓴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실제 배달기사들이 배달 건당 받는 배달비가 6000원에 훨씬 못미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업계는 우천시, 점심시간 등 상황에 따라 할증료를 붙여 총액 기준 배달기사에게 전부 배달비를 지급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플랫폼 업체의 설명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배달기사에게 지급된다며 자영업자들에게 받은 금액이 제대로 쓰이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배달기사가 실제 받아야 할 보상에 못미치는 금액을 받을 경우 매달 건수를 늘리기 위해 과속 등 교통법규를 위반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사고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업계가 약속을 지켜왔는지는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배달수수료 지불·취득 구조, 이륜차 운영 현황 등에 대해서도 점검에 나선다.
국토부는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까지 용역을 마무리짓고 정책 수립에 활용한다는 목표다. 국토부는 최근 배달업 인증제를 도입하고 인증기업을 대상으로 배달 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제조합을 통해 배달기사들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등록제로 전환해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여기에 고용노동부는 배달기사의 산재보험 가입을 가로막는 전속성 기준 폐지에 긍정적인 입장이어서 배달업계 종사자 보호방안은 점점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라이더유니온 등 배달기사들이 요구하는 안전배달료 도입과 기사 배치 알고리즘 공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기간에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여러 측면에서 취약점이 노출돼 실태조사가 시급하다"며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업계 발전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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