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의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로 추락했다.
일본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를 염두해 완화적 스탠스에서 한발 물러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초완화적 정책 기조를 재차 확인하자 이날 엔/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30엔도 돌파했다.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28일(현지시간)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금리를 연 -0.1%, 장기금리를 연 ±0.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또 10년 만기 국채를 연 0.25% 금리에 무제한 매입해 장기금리 상승을 막는 공개시장조작을 매 영업일 실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공개시장조작을 장기금리가 연 0.25%에 근접할 때에 한해서만 세 차례에 걸쳐 실시했다. 금리가 연 0.25%를 웃도는 거래의 수요 자체를 없애 장기금리를 일본은행 목표치인 연 0.25% 이하로 묶어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같은 발표 직후 달러/엔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30엔도 상향 돌파하며, 엔화의 가치는 2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28일 우리시간으로 오후 8시 44분 기준 달러/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1.78% 오른 130.71엔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남은 기간 금리를 총 6차례 더 올리는 등 강력한 긴축에 나설 것을 예고한 가운데, 이날 일본은행이 '나 홀로 완화정책'을 고수하자 환율 시장은 양국간 정책 '디커플링(탈동조화)'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 "130엔 더 이상 레드라인 아냐, 이제 관심은 2002년 고점인 135엔"
웨스트팩의 션 캘로운 시니어 통화전략가는 CNBC에 "정부 관료들로부터 엔과 관련해 엇갈린 논평이 몇 주 동안 이어졌지만 이날 일본은행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은행은 이날 일본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예외이며, 제로(0) 금리가 계속 될 것라고 밝힌 셈"이라 평가했다. 이어 "달러/엔 환율에서 130엔이 더 이상 레드라인이 아니며, 이제 관심은 지난 2002년의 고점인 135엔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일본은행은 원유·원자재값 상승과 엔저로 일본에서도 가격 인상 등이 이어짐에 따라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1%에서 1.9%로 끌어올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높이면서도 강력한 통화완화 기조를 재확인한 건 물가상승세는 일시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 분석했다.
한편 이날 엔의 가치가 20년래 최저로 추락하자 일본 재무성은 최근의 환율 움직임이 '극단적으로 우려스럽다'며 엔의 추가 하락이 이어지면 당국이 개입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재무성 한 관료는 이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환율시장의 극단적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일본은행 및 다른 국가의 통화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필요할 경우 적절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