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의 허점이 계속 드러나며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 '러시아의 유도 무기들이 목표물을 놓치고 있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지난 9일 러시아의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공군의 전투기 공중 퍼레이드가 갑자기 취소된 점을 주목하면서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의 전투기, 조종사, 공대지 무기 들이 모두 크게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렘린궁은 당일 악천후로 공군 퍼레이드가 취소됐다고 밝혔지만, 외신들은 당일 모스크바 날씨는 오히려 맑았다면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 전투기 지상 목표물을 신속하게 찾아내지도 못하고 있고, 목표물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해도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위치정보시스템(GPS)이나 레이저를 통한 정밀 유도무기 시스템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비해 훨씬 낙후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미 국방부는 최근 러시아 공군기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매일 200~300회 출격하며 2,125개의 마사일 등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마저도 재고 감소로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도 러시아군이 전쟁 개시 2주 이후부터 정밀 유도 미사일 발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스핌]주옥함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관중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2.05.09 wonjc6@newspim.com |
이로인해 러시아군은 현재 정밀 유도 기능이 없는 공대지 미사일 Kh-101이나 지상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 토치카 등을 주로 발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밀 조준 공격이 아닌 그야말로 '벙어리 폭탄'으로 무차별 폭격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러시아군은 이동하는 우크라이나군의 탱크 등 이동하는 목표물이 아니라, 주요 건물 등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에따라 러시아군의 미사일의 적중 실패율이 60%에 달할 정도로 걸음마 단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신문은 이런 수준의 무기들은 미국과 나토에선 2001년 9·11 테러 이전의 유물이라고 지적했다. 서방에선 9·11 이후 레이저나 GPS 위성 신호를 이용하는 유도 시스템을 갖춘 무기로 대부분 개조한 상태다. 최근에는 드론을 통한 정밀 유도 무기도 증강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그동안 이를 등한시했고, 실전 배치 운용 능력도 뒤쳐져 있다는 점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밖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와 수출 통제로 러시아가 정밀 유도 무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전자 부품의 접근에 제한을 받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당초 압도적 전력을 앞세워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신속한 점령하고 전쟁을 단기에 마무리짓는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작전수행과 보급 등에서 허점을 노출하며 이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장성급 10여명이 전사하고, 다수의 탱크 등을 잃는 수모도 겪었다.
세계 2위의 군사대국의 위력을 과시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격적인 침공에 나섰던 러시아는 시간이 갈 수록 예상 밖으로 허술한 무기와 전쟁 수행 능력의 민낯을 계속 드러내며 망신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자존심이 상할 때로 상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핵 공격 카드나 극초음속 미사일 등 비대칭 무기로 서방을 무리하게 겁박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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