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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둔촌주공…조합 "만나 협상하자" vs 시공사 "소송 취하부터"

기사등록 : 2022-05-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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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사업방식 도급제로 바꾸고 공사비 내역 검증"
시공사 "소송 취하·공사계약 취소 안건 재취소부터"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공사 중단된지 약 1개월이 지났지만 조합과 시공사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조합이 공사변경계약 무효 소송을 취하하고, 조합 총회를 열어서 공사비 증액을 취소시켰던 안건을 다시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은 시공사업단과 회의를 열어 합의점을 찾으려 하고 있지만 시공사업단은 이미 조합에 대한 신뢰가 깨져 협의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김성수 기자] 2022.04.05 sungsoo@newspim.com

◆ 조합 "사업방식 도급제로 바꾸고 공사비 내역 검증"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공사 변경계약 무효소송 취하 ▲공사비 증액 취소 안건 재취소라는 시공사업단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시공사가 요구하는 바를 일방적으로 들어달라고만 하면 어떻게 협상이 진전되겠느냐는 것이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더 이상 현 집행부 및 자문위원과의 협의가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다. 조합이 앞에서는 협의를 하자고 하면서 뒤에서는 소송, 공사변경계약 취소총회, 계약해지 총회 대의원회 통과 등 수차례 시공사업단을 기망(상대방을 속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업단은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됐다. 주관사인 현대건설 시공 지분이 28%, HDC현대산업개발 25%, 대우건설 23.5%, 롯데건설 23.5% 순이다.

앞서 조합은 전임 조합장이 관리처분변경총회(2020년 7월 9일)를 앞두고 2020년 6월 25일 임의 날인한 5600억원 공사비 증액 계약 절차와 내용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법원에 '공사 변경계약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조합은 총회를 열어 '공사비 증액 의결' 취소 안건도 가결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2.04.21 ymh7536@newspim.com

조합이 시공사업단과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것은 사업방식이 '지분제' 또는 '도급제'인지를 놓고 시각차가 커서다.

조합은 시공사가 조합으로부터 공사비를 못 받고 약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외상공사를 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애초에 계약서 자체가 '지분제'로 돼 있어서 시공사가 공사비로 일정 금액을 받는 구조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지분제'란 조합이 사업의 주체이지만 실제로는 시공사가 사업을 주관하면서 공사비, 사업비 등을 모두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조합원에게는 새 아파트를 주고 나머지 이윤은 시공사가 갖되, 사업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과 손실 위험도 시공사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시공사는 일반분양을 해서 분양수익이 들어오면 그간 지출한 사업비, 공사비를 다 제하고 남는 액수를 챙겨가는 구조인 것이다. 반면 조합이 공사비, 사업비를 조달하고 시공사는 공사도급금액만 받고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는 '도급제'라고 한다.

조합 관계자는 "그 전에는 확정지분제였는데 바뀐 계약서에는 '지분제 계약'이라고 표현이 바뀌어 있고, 공사비 액수도 얼마라고 적혀 있다"며 "시공사들이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사업 수익성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니까 공사비를 챙기고, 이익이 남으면 지분제로 이익을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 측은 공사비를 증액할테니 도급제로 바꾸고 대신 공사비 내역을 검증해서 추후 반영하게끔 할 것을 시공사 측에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 시공사 "소송 취하·공사계약 취소 안건 재취소부터"

반면 시공사업단은 기존 계약상 이미 '도급제'가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2020년 6월 25일 체결한 공사(변경) 계약은 공사금액이 확정됐고, 수입 증감은 조합이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어서다.

조합이 마치 일반분양 수익금이 상승하면 시공사업단에서 모두 이익을 가져가는 것처럼 호도하며 도급제로 변경을 주장하는 것은 다른 조건 변경을 위한 명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게 시공사 측 입장이다.

또한 시공사업단은 공사가 늦어진 책임이 조합에 있다고 보고 있다. 조합이 기존에 합의한 마감재 승인을 거부하고 아파트 고급화 명분을 앞세워 특정 회사의 마감재를 적용하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등 공사기간을 지속적으로 지연시켜왔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 시공사업단이 조합을 상대로 유치권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2022.04.15 sungsoo@newspim.com

현재 시공사업단은 공사비를 못 받은 상태라서 조합을 상대로 '유치권 행사'를 하고 있다. '유치권'이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대해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를 말한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공사 변경계약 무효소송 취하 ▲지난달 16일 조합 총회에서 의결한 '2019년 12월 7일 공사계약 변경의 건 의결 취소'에 대한 재취소 총회 의결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협의도 진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두 가지가 선결돼야 비로소 공사재개에 대한 협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문제해결 방식에 대해서도 평행선을 달린다. 조합은 시공사업단이 이처럼 일방적 요구만 제시하면 협상이 진전을 보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양측이 회의를 열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공사업단은 이미 조합에 대한 신뢰가 깨져 협의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지만 시간만 지체돼 조합원들 피해만 커지고 있는 만큼 조합의 조속한 의사결정을 요청드린다"며 "시공사업단은 계약적, 법률적 근거에 의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공사가 9개월 늦어진 것이 전부 조합 책임이라는 시공사업단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조합 때문에 공사가 늦어진 게 실제로 몇 개월인지 공정하게 검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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