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텁텁하고 흐물흐물하다"
종이 빨대를 두고 하는 얘기다. 종이 빨대에서 느껴지는 식감은 음료를 마실 때마다 느끼는 일상적인 '맛'으로 자리잡았다. 종이 빨대는 2018년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전국 커피전문점으로 사용이 확대됐다.
환경부는 카페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지난 4월부터 금지했다. 오는 11월 24일부터 카페 내에서 일회용 종이컵뿐 아니라 뜨거운 음료에 제공했던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도 금지된다. 지난 연말 개정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른 것이다. 이를 어길 경우 매장 넓이와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과태료 200만원을 내야 한다.
신수용 산업부 기자 |
정부의 친환경 기조는 긍정적이지만 반쪽짜리 정책이 되고 있다. 사용 후 처리 과정 등 이를 실현한 현실적 방안이 부족해서다. 종이 빨대가 일반 쓰레기와 소각이나 매립 공정으로 폐기되면서 오염물질 발생 없이 자연에서 분해되는 종이의 장점이 사라지면서다.
한 환경 연구가는 "종이 제품을 구성하는 특정 성분이 폐기물과 소각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오염 물질을 배출 할 가능성도 있다"며 "종이 빨대를 모아 별도의 재활용 센터로 보낼 수거대가 매장에 있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형 커피전문점 매장엔 종이 빨대와 컵은 '일반 쓰레기'로 다른 폐기물과 함께 버려진다. 직원들이 매장에서 수거한 쓰레기에서 하나하나 종이 제품과 분류하거나 세척하지 않는 한 다른 폐기물과 소각장으로 향한다.
종이 제품에 포함된 성분을 관리 감독할 정부의 세부 지침도 보이지 않는다. 음료에 담긴 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지거나 덩어리가 생기는 종이 빨대가 많다. 입에 직접 닿는 만큼 종이 빨대 성분의 무해성 여부와, 나아가 불편함을 느끼는 만큼 생분해 등 친환경 성분이 얼마큼 포함됐는 지 알려진 바 없다.
최근 종이 빨대서 휘발유 냄새가 난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이어지며 스타벅스와 폴바셋은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에서 조사에 나섰다. 제조사와 커피전문점 모두 자사 종이 제품 성분을 세세히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다. 해당 제품을 납품받는 회사조차 알려주길 꺼려하는 곳도 여럿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불편함을, 업체는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등 일종의 '친환경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 텁텁하고 흐물흐물한 종이 빨대 사용이 친환경으로 이어지는 '기분 좋은 맛'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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