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오는 9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시행을 앞둔 가운데 경찰의 범죄 검거율이 4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앞으로 대부분의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 역량이 뒷걸음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의 범죄 검거율(발생 범죄 대비 실제 검거)은 79.5%로 4년 연속 떨어졌다. 범죄 검거율이 80%를 밑돈 적은 2014년(78.3%) 이후 7년 만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범죄 검거율을 보면 85%→84%→83.3%→81.2%→79.5% 등 줄곧 내리막이다. 같은 기간 발생 범죄는 166만건→158만건→161만건→159만건→143만건 등으로 하향 추세를 보였다.
범죄 검거율은 치안 현황 및 사회안전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꼽힌다. 경찰은 내부적으로 이 지표를 근거로 과거 치안 성과를 평가한다. 또 향후 치안 정책을 수립할 때 이 지표를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22.05.19 ace@newspim.com |
지난해 범죄 검거율이 추락하자 경찰은 올해 목표치를 서둘러 수정했다. 85.3%에서 83.7%로 1.6%포인트 내린 것. 경찰은 과도한 목표치 설정 시 무리한 검거와 수사활동으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찰이 수정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경찰이 안팎으로 마주한 상황이 만만치 않아서다.
당장 처리할 사건은 늘어나는데 범인을 붙잡는 수사경찰의 인력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경찰 1인당 보유한 사건 건수는 17.9건으로 전년(15건)보다 늘었다. 사건 처리 평균 기간은 64.2일로 전년(55.6일)보다 8.6일 증가했다. 수사 업무 과중으로 베테랑 수사경찰은 부서를 떠나고 신임경찰 등이 빈자리를 채운다고 알려졌다.
경찰청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관계 부처에 수사경찰 증원을 요청 중이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예산 문제로 대규모 인력 증원에 난색을 표하는 것. 실제로 경찰청은 2020년 1800명 증원을 요청했으나 560명 반영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2700명 증원을 요구했으나 440명만 반영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찰이 수사해야 할 사건은 지금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검수완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가 줄어들며 경찰이 수사해야 할 총량의 증가가 예상되는 것. 지난해 기준 검찰이 직접 수사한 사건은 1만건이다. 이은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도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줄면서 경찰의 수사 총량이 늘 것으로 생각된다"며 "어느 정도일지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지는 것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검거율 감소는 치안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사 인력의 대대적인 증원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 인력 부족을 해결하지 않으면 치안 불안이 커질 수 있다"며 "검수완박 시행 후 검찰 수사관을 파견받는 것도 한 방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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