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지난 21일 발표된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핵을 포함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들어간 것은 윤석열 정부가 미국 측에 제안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정치 이론에서 공포의 균형 이론을 아무래도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에게 요청할 수밖에 없고,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그 문장이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후 오산 미 공군기지에 있는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방문한 자리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한미동맹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남 교수는 "왜냐하면 7차 핵실험을 했는데(하면) 기존의 재래식 무기, 포라든가 탱크, 비행기 이런 거로 못 막는다"며 "이것(공동성명 문구)의 오디언스, 청중은 역시 평양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미정상 간 공동성명에 핵이 명시된 게 처음이냐는 질문에 "왜 핵이 나왔느냐. 7차 핵실험 때문에 그런다"며 "지금 함경북도 길주군 만탑산에서 지금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거로 본다"고 답했다.
공동성명에 핵을 명시 안해도 이미 한국은 미국 핵우산 아래 있는 거 아니냐는 질의에는 "지난 5년간 좀 이완된 한미 동맹의 어떤 스탠스 때문에 그런다"며 "사실 지난 5년간 북한을 바라보는 태도가, 방향과 조금 강도가 약간 한미 간에 이견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이 핵 위협을 했을 때 과연 미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할까, 이런 불안감들이 밑에서 깔려 있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과연 실전이 벌어질 때 미국이 도와줄까 이런 불안감을 한국이 좀 요청을 했고 그게 선언문에 발표됐다. 조건부다. 북한이 안 하면 또 안 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 위협을 안 하면 한미 양국도 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1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하였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하였다"고 명시했다.
남 교수는 북한이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이날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일단 북한은 즉각적으로 리얼타임 반응은 보통 안 한다"며 "국제 정치에 대해서. 일단 판이 끝나기를 지금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에 대해 "51%라고 본다"며 "왜냐하면 김정은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트럼프 때는 세 번이나 만나주고 세게 정상회담 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코멘트해달라니까 '헬로우...피어리드(Hello…period.)' 관심 없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왜냐하면 2013년에도 판문점 DMZ(비무장지대) 방문했을 때 망원경으로 봤던 기억이 있다"며 "그때 2.29 합의 45일 만에 취소하면서 영어로 무슨 표현을 썼냐면 시크 앤 타이어드.(sick and tired.) 나 북한이라면 정말 진절머리 난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남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2박3일간 정상회담을 포함해 경제안보 현장을 동행한 것에 대한 한 줄 총평으로 "완벽하게 정서적 유대감"이라며 "'라포'라는 단어를 쓴다. 영어 단어 써도 되나? Rapport라고 그래서 정서적 유대(를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외교 상원위원회 36년 근무하는 동안에 지도자 간의 신뢰가 중요했다. 그래서 굉장히 이렇게 등을 치거나 팔을 잡거나 친근감을 표시한다"며 한미 정상이 서로 친근한 스킨십을 보여준 사례를 들었다.
한미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과 한국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선언 등으로 중국이 보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진통이 있고 성장통이 불가피하다"며 "그런데 중국은 약간 자업자득은 있다. 왜냐하면 2015년에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사드 배치한 다음에 거의 지금 7년 동안 한한령을 안 풀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이 연기되는 배경에 코로나19가 있다면서도 "(중국의 속내는) 한국을 완전히 길들이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렇지만 양측이 있다. 한중 교역 규모에서 한국이 대중 무역이 1순위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한테는 또 (미국과 일본에 이은 교역액이) 3등"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러니까 우리를 무시할 수는 없다. 국제 간의 교역은 사실은 서로 윈윈하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에게 무역 봉쇄를 한다든가 타격을 주면 시안에 그 반도체 삼성에서 만든다. 거기서 중국의 자동차 전자제품이 들어가는데 이거 서로 마이너스다. 반도체 빼놓고는 한중 교역 규모에서 한국이 이득 별로 안난다. 반도체만 지금 무역 흑자액 2~3억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그래서 말은 왕이 외교부장이 세게 했지만 저는 그렇게 과감하게 사드 봉쇄 때처럼 하지는 못할 거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다만 "한중 수교 올해 30주년이다. 이제 박진 외교부 장관이 대중외교에 또 나와서 잘해야 한다"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는 관계라는 단어를 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미세하고 디테일하고 중국 통들을 중국 대사로 보내고 좀 더 퍼스널한 그런 외교를 통해서 중국의 반한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데 굉장히 주력을 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간 만남이 전화통화로 대체된 것에 대해선 "사실 이거 만나자는 제안은 워싱턴에서 처음 나왔다. 그런데 안 만나기로 다시 바뀌었다"며 "한국에서 이상한 잡음(대북특사설 등)이 좀 났다고 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실 워싱턴에서 문 전 대통령을 만나자고 했던 것은 지난번 선거에서 상당한 49% 정도의 민주당 지지층이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보수와 진보를 다 아우르는 국제 정치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만나려고 그랬는데 한국에서 이거 대북 특사니, 그러면 윤석열 정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전격적으로 전화 통화로 전환했다고 볼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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