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지방의회 의결 없이 하동군과 갈사만 조성산업단지에 대한 토지분양계약을 체결해 연대보증 채무까지 변제한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대우조선해양이 하동군을 상대로 제기한 분양대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약 841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0년 하동군이 개발하고 있던 갈사만 조선산업단지에 입주하기 위해 하동지구개발사업단과 토지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해당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사업단이 자금조달을 위해 770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연대보증도 서줬다.
그러나 2014년 갑자기 공사가 중단되면서 금융권으로부터 연대보증채무의 이행을 요구받은 대우조선해양은 하동지구개발사업단 대신 해당 금액을 변제했다.
또한 예정된 날짜가 지나도록 하동군이 토지 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대우조선해양은 계약해제에 따른 계약금 110억원과 대위변제금 770억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구 지방자치법 등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에 부담되는 계약이나 합의는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측은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을 것을 요청했으나 당시 하동군 담당자는 지방의회 의결이 필요하지 않다는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대우조선해양 측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하동군으로부터 지방의회 의결이 필요하지 않다는 통지를 받음에 따라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한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해양은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연대보증채무를 변제함으로써 77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니 하동군은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하동군에게 변제금과 지연손해금을 합해 약 841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이에 양측은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며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방의회 의결을 거치지 않으면 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하동군 담당자의 말만 듣고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한 대우조선해양에게도 사회통념상, 신의성실의 원칙상 요구되는 약한 정도의 부주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개발사업과 관련한 전문적 식견을 갖춘 대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의 위상에 비춰 강행규정 위반의 합의를 체결한 원고의 책임을 부정하고 오로지 피고에게만 책임을 지울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고에게 부주의가 있었다거나 피고의 책임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지 않은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며 변제금의 일부를 감액하라는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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