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이번 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인플레이션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7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달 7%대를 기록한 데 이어 8%도 넘어섰다.
이처럼 유로존에서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최근 유럽중앙은행(ECB) 내 매파들 사이 흘러나오는 '빅스텝(50bp 인상)' 금리 인상론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 [사진=로이터 뉴스핌] |
3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유로존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1%(예비치) 뛰어 1997년 통계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4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 7.4%에서도 상승세가 한층 강화됐으며 시장 전망치 7.8%도 웃돌았다.
이에 앞서 최근 며칠 잇달아 나온 유로존 주요국의 인플레이션도 예상을 웃돌며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5월 독일에서 ECB 기준을 따른 물가지수(HICP)는 전년 대비 8.7%(예비치) 오르며 4월의 7.8%에서 상승세가 강화됐다. 시장 전망치 8%도 웃돌았다.
프랑스 역시 5월 CPI 상승률 역시 5월 5.8%로(4월 5.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스페인의 HICP도 5월 전년 대비 8.5% 오르며 시장 전망치(8.1% 상승)를 훌쩍 뛰어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촉발된 공급망 대란에 이어 최근 몇 개월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식품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이미 치솟던 물가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더해 3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27개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연말까지 90% 감축하는 방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로존 내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 심상치 않은 물가에...라가르드 "ECB 7월 금리인상 가능"
심상치 않은 물가 상승세에 그동안 금리 인상 없이 인플레이션 추이를 지켜봤던 ECB도 더 이상은 금리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3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ECB 홈페이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오는 7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면서 "현재의 전망에 근거하면 3분기 말까지 마이너스 기준금리에서 벗어날 것 같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1.12.02 mj72284@newspim.com |
현재 -0.5%인 유로존의 예금금리가 9월 말까지 제로가 되려면 7월과 9월 두 차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모두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6월에도 통화정책 회의가 예정돼 있으나, 라가르드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개시 시점을 사실상 7월로 특정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여기서 한층 나아가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신호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정책목표 수준인) 2%로 안정되면 점진적으로 중립금리로 금리를 정상화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이라 말하면서도 "다만, 유로존 경제가 과열된다면 정책 금리를 중립 금리 이상으로 순차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립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지도 않고 디플레이션을 일으키지도 않는 수준의 정책금리를 말한다. 현재 유로존의 중립 금리는 1% 또는 1.5% 수준으로 추정된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미하엘 슈베르트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총재의 발언을 두고 ECB가 7월부터 내년 4월까지의 모든 통화정책 회의에서 예금금리를 25bp((1bp=0.01%포인트)씩 인상해 1.25%까지 올릴 것으로 예고한 것으로 풀이했다.
다만 ECB 내에서도 매파로 알려진 클라스 크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 등은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한번에 50bp 올리는 빅스텝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ECB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금리 인상 폭을 두고 ECB 내에서 매파와 비둘기파의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이날 발표된 강력한 인플레이션 수치는 50bp 금리 인상론을 설파하는 ECB 내 매파들의 발언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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