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민간 주택임대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있다.
8월부터 신규 전세계약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역대급' 입주물량 가뭄까지 겹쳐서다.
여야는 오는 8월 임대차3법에 따른 전세 만기(2+2년)를 앞두고 전월세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반적인 전세난은 없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하지만 국지적으로 전세가격이 폭등할 경우 매매가격까지 밀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민간 주택임대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되살려서 전세매물 증가를 유도하는 것이 더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진단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국토부] |
◆ 원희룡 "착한 임대인에 보유세 혜택 고려"…관련 법안도 발의
6일 정치권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여야는 오는 8월 임대차3법에 따른 전세 만기(2+2년)를 앞두고 전월세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6월까지 임대차3법 장단기 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임대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예를 들어 투기를 직접적으로 부추기지 않으면서도 매물이 잠기는 것을 막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적용되는 실거주의무를 완화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4년치 보증금과 월세를 한꺼번에 올려 세입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착한 임대인에게 보유세를 유리하게 설계하는 등의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에는 착한 임대인에게 보유세 인하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5명은 지난달 20일 착한 임대인에게 보유세를 감면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전월세 신규계약 시, 갱신계약과 마찬가지로 임차료 상승률을 5% 내로 제한하는 임대인에게 임대물건에 대한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감면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집주인이 신규계약시 임차료 상승률을 5% 이하로 할 경우 해당 주택 재산세와 종부세를 오는 2024년 12월 31일까지 50%로 감면하는 조항이다.
또한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5명은 다주택자 보유세를 감면하는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지난달 20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다주택자 종부세 과세기준액을 1가구 1주택자와 동일하게 11억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다주택자가 국내에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합산금액이 '6억원'을 넘으면 종부세 부과 대상이었는데, 이를 '11억원'으로 높인다는 뜻이다. 정부가 그간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규제'를 잇따라 내놓았었는데, 시장에 전세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공급할 다주택자에게 규제 수위를 낮추는 것으로 보인다.
◆ 8월 임대차법 만기로 전세 '급등' 가능성 제기…"임대사업자 부활해야"
다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되살리는 것이 더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전에는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경우 4년 단기, 8년 장기일반·공공지원 유형으로 등록할 수 있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등록임대주택 유형별 신규등록 가능여부 현황 [자료=국토교통부] 2020.08.11 sungsoo@newspim.com |
민간임대주택 사업자는 임대주택에 대한 재산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계산시 과세표준 합산대상 배제 혜택, 소형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액감면, 임대주택의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등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7·10 부동산대책의 후속 대책인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2020년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4년짜리 단기임대와 8년짜리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는 폐지됐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에 따라 아파트 전세매물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더욱이 올해 서울 주택시장은 공급부족이 극심해 전세가격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63가구로 작년(3만1211가구)보다 34.4% 감소한다. 지난 2020년(4만9359가구)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급감한 수치다.
오는 8월 '임대차 3법' 시행 2년이 도래하는 만큼 향후 전세가격은 더욱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세기간(2+2년)을 다 채운 신규 전세매물이 시장에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은 종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서 전세보증금을 5%밖에 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맺을 때 전세금을 시세에 맞춰서 높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세가격-매매가격 차이가 좁혀지면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옮겨붙을 가능성도 크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서 전세 4년을 다 채운 임차인들은 전세 만기가 돌아오기 2개월 전부터 미리 움직일 것"이라며 "높은 가격에 전세를 구할 바에는 차라리 매매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9년 12·16정책이 나온 후 6개월 정도, 또한 2021년 초에도 종부세 여파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잠시 떨어졌었다"며 "하지만 결국 저가 매수세가 붙으면서 다시 상승으로 전환했고, 이번에도 이런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윤석열 정부에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로 멸실주택이 늘어날 경우 주택공급 부족은 더 심해진다. 서울 전역 재건축·재개발 뿐만 아니라 일산,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도 이주 및 철거에 따른 전세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작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는 3600여가구의 반포주공1단지 이주 수요가 몰려 전세가격, 매매가격이 급등했었다. 당시 반포자이 전세가격은 약 2주 만에 10억원 넘게 오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를 하루빨리 부활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앞으로는 신규주택 공급속도보다 기존주택 멸실속도가 더 높아서 주택공급량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며 "임대사업자 제도를 다시 살리면 전세 매물이 늘어나서 전세가격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등록임대사업자에게 혜택(인센티브)을 제공해서 다주택자들이 또다른 시장공급자 역할을 하게끔 해야 한다"며 "다주택자들이 임차인에게 주택을 공급하게끔 유도한다면 이들이 적폐세력이 아니라 또다른 시장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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