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정년 연장' 조건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더라도 임금삭감 규모가 지나칠 경우 무효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임금피크제 위법 논란과 관련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임금피크제의 연령차별 여부 판단에 관한 FAQ' 자료집을 3일 배포했다.
'정년 유지형'의 경우에도 기업별로 임금피크제 도입 조건이 제각각이어서 사례별로 적정성을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김아랑 미술기자] |
고용부가 발표한 '임금피크제의 연령차별 여부 판단에 관한 FAQ' 자료집 주요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어떻게 구별하나
▲정년을 연장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 정년연장형이고, 정년 변경없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정년유지형이다. 또한 2013년 5월 정년 60세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고령자고용법 개정 이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정년연장형에 해당한다.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모두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 위법인가
▲대법원에서도 밝혔듯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항상 무효는 아니다. 개별 기업에서 시행하는 임금피크제 효력은 ①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②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③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④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연령차별에 해당하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어떤 사례가 있나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이 타당하지 않고, 불이익을 보전하는 조치가 없는 등 형태라면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은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55세 이상 직원만을 대상으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점,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불이익을 보전하는 대상조치가 없는 점, 임금피크제 적용 전후에 업무 목표·내용 상의 차이가 없는 점 등을고려해 해당 임금피크제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어떤 사례가 있나
▲고령자 고용안정과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목적이 정당하고, 불이익을 보전하는 조치가 이루어지는 등의 형태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면 연령차별로 볼 수 없다.
지난 2월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ㅇㅇ공단 사건이 대표사례다. 일정 직급 이상 근로자에 대해 정년(60세) 연장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로 연령차별이라고 판정나지 않았다.
기존에 유리한 정년 규정을 이미 적용받았고, 정년퇴직 전 1년 동안 공로연수가 가능했고, 희망자에 대해서는 업무시간 조정이 가능했음 등을 이유로 해당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어떻게 판단하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연령차별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판례, 기타 하급심 판례에 따르면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 근거해 정년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노사협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면 원칙적으로 연령차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중에서도 위법 사례가 있는지
▲그간 판례에 따르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원칙적으로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지만, 명목만 임금피크제일뿐 실질적으로는 비용 절감, 직원 퇴출 등의 목적으로 특정 연령의 근로자의 임금을 과도하게 감액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연령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
서울고법에서 확정된 판례에 따르면 정년을 2년 간 연장하는 대신 빠르면 44세부터 연차별 최대 50%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가 있었다. 근로자에게 일방적 불이익을 가하는 설계다. 임금 삭감이 근로의 질이나 양과 무관하게 결정되고 일정한 연령에 도달했는지, 승급대상에서 누락했는지 여부와 연동돼 사실상 근로자를 퇴출하려는 의도로 보고 무효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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