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삼성디스플레이가 30년 넘게 이어온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철수합니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차세대 패널 생산에 집중한다고는 하나,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를 언제까지 기술로 따돌릴 수 있을 진 미지수입니다. 이에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현 주소와 대외적 경쟁 환경,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책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민 기자 = 삼성디스플레이가 6월 중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접는다고 밝히며, 이미 중국에 주도권을 뺏긴 한국 LCD 사업에 종지부를 찍었다.
아직 LG디스플레이가 고가의 LCD를 생산하고는 있지만, 이미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심축은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옮겨갔다.
일각에선 TV 패널에 있어 아직 대세가 LCD인 상황에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생산을 접으면, 중국 업체의 LCD 의존도가 높아져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건희의 '미래사업' LCD 패널...주도권 日→韓→中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 안으로 LCD 생산을 중단하고 퀀텀닷(QD)·중소형OLED에 집중한다. 삼성이 LCD 사업을 접는 것은 LCD 사업을 시작한 지 31년 만이다.
삼성은 1991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총괄 산하에 LCD 사업부를 만들며 LCD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LCD 산업은 샤프, NEC 등 일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이 때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LCD사업을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며,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은 1994년부터 2000년까지 박막트랜지스터(TFR)-LCD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하며 LCD 사업을 키워나갔고, 2000년대 중반부터 일본을 추월해 LCD 사업의 황금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중국 패널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LCD 기술 격차를 빠르게 추격하기 시작하는 한편 LCD 공급 단가를 공격적으로 낮췄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선 생산라인 10%의 자본금만 있어도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보조해 줬고, 공급 단가를 낮춰 수익이 나지 않아도 공장을 돌릴 수 있게 중국 정부에서 보조해 줬다"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기술 격차만으로 중국 업체들과 경쟁을 하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2011년까지만 해도 LCD 시장 점유율이 매출 기준으로 3.3%에 불과했던 중국은 2019년 대형 LCD 시장에서 한국을 누르고 10년도 되지 않아 전 세계 1위로 올라섰다.
◆中업체로 완전 넘어간 LCD, 가격 상승할까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을 접으며 업계에서 예의주시하는 부분은 LCD 패널 가격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TV 패널 기술별 매출액 점유율을 보면 올해 기준으로 LCD가 87.2%, OLED가 12.8%다. OLED가 차세대 기술이라고는 하나 아직 LCD 패널을 사용한 TV가 대세인 것이다.
국가별 LCD 패널 점유율(매출 기준)을 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중국이 51.8%이고, 이어 대만(21.3%), 한국(14.9%), 일본(11.5%)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한다면 한국 LCD 패널 점유율은 여기서 더 떨어지게 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중장기적으론 LCD 국내 생산을 점진적으로 줄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LG 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는 포트폴리오에 차이가 있어 우리는 TV 프리미엄급 LCD 수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고객 수요가 있는 한 LCD 사업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생산은 점진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세트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 패널의 90%가 LCD로 팔리는데 삼성디스플레이 LCD 생산량이 0이 된다면 중국이 그 지배력을 이용할 수 있다"면서 "세트업체 입장에선 빨리 그 다음 것으로 가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미 LCD 가격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 다시 중국 업체들이 쉽게 LCD 가격을 올릴 순 없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또 다른 세트업체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했던 LCD는 주로 모바일로 TV 용이 많지 않았다"면서 "원래 더 빨리 단종 하려다가 '코로나19' 탓에 LCD 숏티지 현상이 발생해 연장한 것이고, 중국 업체들이 LCD 가격을 올리기엔 중국, 대만 회사가 너무 많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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