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금융감독원 설립 이래 첫 검찰 출신 원장이 취임하면서 증권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금융 사건과 관련해 엄격한 잣대로 금감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유연한 정치적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섞인 모습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 내부 의결을 통해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를 신임 금감원장으로 임명·제청했다. 이 신임 금감원장은 전날 바로 취임식을 갖고 "금융시장의 선진화와 안정 도모에 우선을 두겠다"고 말했다.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도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종전과 같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며 "불공정 거래 행위 근절은 시장 질서에 대한 참여자들의 신뢰를 제고시켜 종국적으로 금융시장 활성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검사 출신 금감원장은 1999년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이 신임 금감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공인회계사회 시험과 사법시험을 동시 합격한 금융·경제수사 전문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사건 등을 수사한 바 있다. 다만 직접적인 금융권 관련 경험은 없어 이례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증권·금융범죄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부터 최근 금융권 횡령, 주가조작 사건 등 이슈가 많았던 증권가가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바라는 쪽에서는 이 신임 금감원의 취임을 반기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금감원이 금융 전 분야를 감독하는 곳임을 고려하면 사실 금감원장 역할에 검찰 출신이 잘 맞는 것 같다"며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이후 오히려 신뢰 기반으로 기관 투자자에게 꾸준히 잘 팔던 회사는 운용자산(AUM)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실 금융이라 하면 증권 외에도 많은데 그동안 너무 증권 범죄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며 "최근 루나·테라 사태로 불거진 가장자산 이슈도 있는 만큼 금감원의 감독 이슈가 폭넓게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
이 신임 금감원장이 '윤석열 사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감원의 역할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 사정에 정통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장관급인 금융위원장이 더 힘 있는 위치지만 차관급인 금감원장이 대통령과 더 친하니 금감원의 입김이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금융 관련 범죄가 발생할 때 엄벌에 취하고, 그런 측면에서는 검찰 출신 원장이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검찰 출신인 만큼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유연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장은 단순하게 법적 판단이나 금융적인 판단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아무래도 검찰이 수장이 됐다는 부분에서는 부드러운 운용 이런 부분이 부족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금융쪽 종사자가 아니다보니 이쪽을 잘 지휘하지, 법조인으로서 너무 깐깐하지는 않을지 하는 우려는 있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금융 쪽에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건강한 발전의 기반을 잘 닦아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