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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폭등에 시행사가 결별 선언?"…계룡건설에 무슨 일이

기사등록 : 2022-06-1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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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테르·계룡건설, 3000억 파주 계약 해지…"공사비 상승 여파"
공공지원 임대, 공사비 올라 사업성 없어…계룡 "타격 크지 않아"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조합과 시공사간 힘겨루기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시행사가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벌어졌다. 계룡건설산업(이하 계룡건설)이 지난 2020년 시행사 아이테르와 맺었던 3000억원 규모 '파주 문산읍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시공계약이 해지된 것.

아이테르 측은 공사비가 예상보다 크게 올라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기준 분양가로는 수익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사업을 포기했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민간분양'으로 사업방식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만 공사비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사업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계룡건설 사옥 전경 [사진=계룡건설] 2022.04.03 gyun507@newspim.com

◆ 아이테르·계룡건설, 3000억 파주 계약 해지…"공사비 상승 여파"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순위 18위 건설사 계룡건설은 2020년 7월 아이테르와 맺었던 '파주 문산읍 선유리A1BL(파주 문산읍 선유리 812번지 일원)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개발사업' 시공계약이 해지됐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계약 해지금액은 2977억원으로, 계룡건설의 2021년 매출액 대비 11.62% 규모다.

계룡건설은 계약해지 사유에 대해 "공사도급계약 체결 후 계약상대의 운영여건 악화로 인한 사업추진 불가"라고 공시에 밝혔다. 아이테르는 2015년 4월 설립된 부동산 개발 분양 및 건물관리 업체다. 경기도 용인시에 본점이 있고 2020년 6월 25일에 주식회사 연오를 흡수합병했다.

아이테르는 수년째 당기순손실이 누적되고 있다. 회사 감사보고서를 보면 연도별 당기순손실 규모가 ▲2019년 35억5896만원 ▲2020년 91억7516만원 ▲작년 10억7075만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손실은 당기순이익(Net income)이 '마이너스'인 상태를 뜻한다. 당기순이익은 '기업이 일정 기간 동안 얻은 모든 수익에서 지출한 모든 비용을 공제하고 순수하게 이익으로 남은 금액'인데, 아이테르는 이 수치가 '손실'인 것이다.

아이테르 측은 계룡건설과 시공계약을 해지한 것은 올 들어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른 탓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아이테르와 계룡건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신고한 공사금액은 3.3㎡(평)당 354만원이었는데 지금은 3.3㎡당 공사금액이 500만원을 웃돌아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

건설원가 중 직접공사비의 구성항목은 자재비, 노무비, 외주비, 경비 등이다. 여기에 간접공사비, 일반관리비, 이윤 등을 합하면 견적가액(도급금액)이 나온다. 올 들어 철근, 레미콘, 시멘트 등 주요 건설자재들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철근·레미콘은 단일 재료비 기준 매출 대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다. 레미콘의 원재료인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6월 이후 약 47%(시멘트 업체 고시가격 제시안 기준) 올랐다. 철근 역시 지난해 초 대비 약 47% 올랐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2.05.10 ymh7536@newspim.com

◆ 공공지원 임대, 공사비 올라 사업성 없어…계룡 "타격 크지 않아"

이런 상황에서 아이테르가 기존에 계획했던 '공공지원 민간임대' 방식으로 사업할 경우 공사비 상승에 따른 손해를 보전할 방법이 없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에 따라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10년 이상 임대할 목적으로 취득해서 임대료 및 임차인의 자격제한 등을 받아 임대하는 주택이다. 

청년·신혼부부 등 주거지원계층에게 주택을 역세권 등에 중점적으로 공급한다. 또한 주택도시기금 출자 지원, 용적률 건축규제 완화 등 공공지원을 받은 경우에 초기임대료 등 규제를 받는다. 임대료는 ▲일반공급의 경우 시세의 95% 이하 ▲특별공급은 시세의 85% 이하로 제한한다.

또한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시행사가 임의로 분양가를 올릴 수 없는 구조다. 분양전환을 할 경우 복수의 감정평가와 표준건축비 등을 근거로 분양가를 결정해야 해서다. 

반면 민간분양 방식은 이보다 자율성이 높아서 분양가가 감정가보다 높게 책정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아이테르는 사업방식을 '민간분양'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민간분양을 할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진행해야 하는데 계룡건설과 이 부분에 협력이 어려워서 시공계약을 해지했다는 게 아이테르 측 설명이다. PF란 미래 사업성을 담보로 사업시행자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테르 관계자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기준 분양가로는 수익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사업방식을 포기했다"며 "계룡건설과 사업하기 위해 개발신탁 등 다른 방법이 없을지 검토했지만 도저히 안 돼서 계약해지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을 민간분양 방식으로 할 경우 새 시공사를 어디로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다만 공사금액이 자꾸 오르고 있어서 (향후 사업성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계룡건설 측은 이번 계약해지에 따른 타격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해당 사업장에 투입한 비용이 없어서 금전적 피해가 없고, 시행사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도 없다"며 "개발사업은 규모가 커도 실제 사업이 진행되기까지 불확실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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