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기상 영향으로 예상보다 하루 늦춰졌으나 12년에 달하는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 날을 맞게 됐다.
무려 고도 700km까지 날아 올라 최종 임무인 성능검증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게 된다. 지난해 미완의 성공을 극복하고 새로운 엔진을 달고 최종 임무 완수를 목표로 뒀다.
◆ 새 엔진 장착하고 우주문 활짝 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오는 16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의 2차 발사에 나선다.
누리호의 길이는 47.2m이며 중량은 200톤에 달한다. 탑재중량은 1500kg까지 가능한 발사체다. 투입궤도는 600~800km이며 실제 목표 궤도는 고도 700km이다. 목표 궤도의 오차범위는 5% 수준으로 35km 전후다. 최대직경은 3.5m이며 3단으로 구성됐다. 1단은 75톤급 액체엔지 4기, 2단은 75톤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톤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다.
누리호 개발에 들어간 예산은 1조9572억원으로 5205억원이 투입된 나로호의 3.8배 규모다.
[고흥=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2021.10.21 photo@newspim.com |
지난해 10월 21일 1차 발사에서 누리호는 이륙 후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등을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다만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엔진이 목표된 521초 동안 연소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연소돼 종료됐다. 결국 탑재한 위성모사체(더미위성)를 목표로 했던 저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했다. 발사체가 궤도에 진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위성을 안착시키지 못해 '미완의 성공'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발사에서는 3단 엔진의 조기 연소 원인을 파악해 엔진을 개조했다. 1차 발사 이후 과기부는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를 열었다. 지난해 11~12월 조사위원회와 항우연 실무연구진의 내부회의를 연이어 개최, 모두 2600여개의 텔레메트리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누리호 1, 2단과 3단의 최종 결합 작업이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조립동에서 진행됐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22.06.13 photo@newspim.com |
분석 결과 비행 중 진동과 부력으로 인해 실제 비행 시 헬륨탱크에 가해지는 액체산소의 부력이 상승할 때 고정장치가 풀려 헬륨탱크가 하부고정부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탈된 헬륨탱크가 계속 움직이면서 탱크 배관을 변형시켜 헬륨이 누설됐던 것. 산화제탱크 균열도 발생하면서 산화제가 누설돼 3단 엔진이 조기에 종료되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파악됐다.
항우연과 참여한 기업들은 3단 산화제탱크 내부의 고압헬륨탱크가 이탈하지 않도록 헬륨탱크 하부고정부를 보강했다. 산화제탱크 맨홀덮개의 두께도 강화했다.
항우연 관계자는 "엔진 설계를 보강해 새로운 엔진으로 최종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라며 "아쉽게 실패한 1차 발사에서 충분히 교훈을 얻어 2차 발사에서는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 성능검증위성·큐브위성 탑재…우주수송시대 '신호탄'
누리호의 임무는 발사 이후 897초에 종료된다. 14분 57초 뒤다.
발사 후 고도 700km까지 상승한 누리호는 이때 성능검증위성을 분리시킨다. 성능검증위성 개발은 AP위성이 맡았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지난해 누리호 발사의 최종 목표인 위성모사체 궤도 안착이 실패했으나 이번만큼은 임무를 완수한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누리호의 성공 여부는 성능검증위성이 제대로 분리되는지에 따라 갈린다"며 "그 이후부터는 위성 영역이기 때문에 누리호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서 분리돼 지구 저궤도에 안착해 임무를 수행할 성능검증위성 예상도 [자료=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22.06.15 biggerthanseoul@newspim.com |
성능검증위성은 발사체 투입성능을 검증하고 큐브위성을 사출한다. 우주핵심기술 검증탑재체의 검증시험도 진행한다.
이번 발사의 백미는 큐브위성이다. 성능검증위성은 오는 23일부터 조선대, 한국과학기술원, 서울대, 연세대의 큐브 위성을 순차적으로 사출한다. 가장 먼저 사출되는 조선대의 큐브위성은 국내 최초로 저궤도 위성에 전자광학·중적외선·장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해 지구를 관측한다.
25일에 사출되는 한국과기원의 큐브위성은 초분광 카메라를 통한 지구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이어 27일과 29일에 사출되는 서울대와 연세대의 큐브위성은 각각 정밀 GPS 반송파 신호를 활용한 지구대기관측과 미세먼지 모니터링 등의 임무에 나선다.
계획대로 진행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 우주 수송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게 된다. 독자적으로 우주수송능력을 확보해 국가 우주개발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다는 얘기다.
현재 자력발사 능력을 보유한 국가는 9개에 그친다. 실용급(무게 1톤 이상) 위성 발사가 가능한 국가는 6개 국가밖에 없다. 이번에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한다면 우리나라는 실용급 위성 발사가 가능한 7번째 국가로 등극하게 된다.
이와 함께 우주발사체 엔진개발 설비 구축 보유는 물론 대형 추진체 탱크 제작 기술 보유, 독자 기술로 발사대 구축 등의 능력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우주로 가는 길을 그동안 멀기만 했는데 이번에 성공한다면 이제부터가 또다른 우주시대의 시작이 되는 것"이라며 "민간기업이 대거 참여한 만큼 뉴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데 국내 기업들도 힘을 보태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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