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노동자 생명을 지키기 위해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벌써 270명이 현장에서 산재로 인해 생을 마감했다. 특히 제조업 산재 사망자는 중대재해법 시행 전보다 오히려 사망자가 늘었다.
코로나19 경기 회복으로 제조업 공장 가동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인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경영자와 근로자 모두 안전의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망사고 줄었지만…하루 2명씩 목숨 잃어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산재 사망자 수는 270명, 사망사고는 254건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사망자는 10명, 사고 건수는 22건 줄었지만 아직도 하루에 1.8명씩 사망하고 있는 셈이다(그래프 참고).
또한 전체 사망자 수의 약 61.4%는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아닌 50인 미만 사업장(166명)에서 발생했다. 전체 사고 건수에서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경우가 164건으로 64.5%를 차지했다.
현행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과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인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유예기간을 거친 뒤 오는 2024년 1월부터 적용된다.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기업의 경우 사망자 수가 10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명 줄었고, 사고 건수도 16건 감소한 90건으로 집계됐다.
◆ 경기회복 '제조업' 사고 급증…안전불감 우려
코로나19 완화로 공장 가동이 속도를 내면서 제조업 노동자의 목숨은 더욱 위태로운 실정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제조업에서 산재로 숨을 거둔 노동자는 8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명 늘었다. 사망사고 역시 지난해 73건에서 올해 78건으로 5건 증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안전보건관리 역량이 있는 300인 이상 중견·대기업에서 산재 사망 사고가 급증했다는 부분이다.
300인 이상 기업에서 숨진 노동자는 총 28명이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7명에 비해 64.7% 증가한 수준이다. 업종별로 보면 화학업종에서 7명(25.0%)이 사망했고 철강·금속업 6명(24.4%), 조선업 4명(14.3%), 자동차·시멘트 각 3명(10.7%)으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기업의 산재 사망사고 건수는 전체 제조업 사고의 32.9%인 22건이었다.
사망사고는 운반·하역 작업 중 크레인(41.3%, 12명)이나 지게차(31.0%, 9명), 화물차량(16.0%, 3명)에 기인했다. 이와 관련한 운반·하역 노동자의 사망자 수는 29명으로 전년 대비 190%(19명) 폭증했다.
기본적인 안전 수칙만 지켰더라도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고용부는 진단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대다수 사망사고는 현장 관리감독자의 부재 속에서 노동자가 안전 미준수 상태로 업무를 시작하다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의미다.
국내 중추 산업인 제조업의 열기가 앞으로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무리한 작업으로 인한 사고 발생을 예방할 수 있도록 기업 경영책임자의 관심과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규석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국장)은 "생산 활동이 많아질수록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마련이지만, 기업 경영책임자는 현장 점검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근로자들이 실제로 안전한 환경에서 작업을 하는지 확인 후 보고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다음 달부터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기업 경영책임자의 의무 이행에 대한 여부가 핵심적으로 검토된다. 그동안 안전보건관리 체계 등 절차를 갖췄는지에 대한 분석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론 경영자의 '의무 불이행'부터 확인해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김 국장은 이에 대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체계가 작동하도록 기업 경영책임자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큰 사고는 기업 경영책임자에게 당연히 보고 되고 있지만 조그만 산재 사고는 아직도 경영책임자까지 전달되지 않는 일이 있다"며 "체계 구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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